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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기자수첩]尹이 아낀 최상목…그는 무엇을 지키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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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우리 경제 운영이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서 간다. 한국 경제는 튼튼하다.'는 메시지를 내려고 한 것"(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을 임명한 것은 정치의 시각으로 보면 어색한 결정이다. 최 권한대행은 여당과 야당 양측에서 난타를 당하며 '고립무원(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홀로 외로이 서 있음)'의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뿐 아니라 적지 않은 전현직 공직자들이 이번 결정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헌법재판관은 임명하는 게 맞다고 봤다. 헌재가 정상 가동되지 못해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추가 탄핵 사태까지 벌어진다면 국제사회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 내전 상황에 가깝다. 행정부가 야당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다. 현 정부 고위직은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들이 많다. 공직사회도 둘로 쪼개질 수 있다."(경제부처 전직 관료)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이후 여야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 대립했다. 여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적 행위만을 해야한다'는 주장이었고, 야당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무'라는 입장이었다.

여야 사이에서 어떻게 보면 어정쩡한 균형을 취한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다.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를 최대한 늦추려 했던 국민의힘은 폭발했다. 최 권한대행은 하루아침에 배신자가 됐다. 일부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참모들마저도 그에게 반기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후보자 3명 중 2명만을 선택적으로 임명한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월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 권한대행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사실 최 권한대행은 보수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사람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재부 1차관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거쳐 경제부총리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3년 후배인 그를 각별히 아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당의 기대를 저버린 건 저항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최 권한대행의 감정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감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엄중하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수준까지 치솟아 금융위기를 연상케 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에 경기 위축 조짐도 뚜렷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 공전으로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게 경제 전문가들의 인식이었다.

최 권한대행이 여야 모두 만족하지 못할 선택을 내리면서 정치권과 행정부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어쩌면 의도된 고립인지도 모른다. 공직자는 위기 상황에서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면 계엄에 참여한 장성들처럼 정위치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최 권한대행은 2일 정부 시무식에서 "국민들이 염려하지 않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정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든 공직자들이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굳건한 외교·안보, 흔들림 없는 경제, 국민의 안전 확보, 화합과 통합 등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삶의 토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료 집단은 무언가를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군과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외교부처는 국익을 수호한다. 경제부처는 민생과 시장 질서, 나라살림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안고 공직을 수행한다. 그리고 대통령 리더십 공백 상태인 지금은 지켜내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다행히 헌재는 정상 가동되기 시작했고, 야당은 당분간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거론하지 않을 듯하다.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과 총리의 업무를 대행하게 됐다는 것도 불행 중 다행이다.

기재부는 정부 부처 중 국정 컨트롤타워의 성격이 가장 강하다. 각종 경제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부처의 예산을 담당하는 조직을 가지고 있다. 외교부를 제외하면 우방국인 미국과 가장 많은 업무 네트워크를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진행될 향후 몇 개월 동안은 행정부가 중심을 잡고 역량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은 듯 하다.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2명이 임명된 이후 환율은 하락하고 종합주가지수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최 권한대행이 지키려 했던 것은 경제 안정을 토대로 한 국정 안정이었을지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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