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로 침통한 종사자에 위로
승무원은 "이모, 삼촌들 정말 감동" 화답
최근 제주행 에어부산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의 딸이 승무원에게 안전하게 보살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건네자, 승무원이 작성한 답장. 스레드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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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항공 참사로 항공업계가 침통한 상황에서 비행기 승무원에게 감사 편지를 건넨 어린이의 사연이 감동을 전했다.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는 두 딸과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는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게시글에서 A씨는 "아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간다고 하니,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한테서 '너희 이제 죽을 것'이라는 악담을 들었다"라고 운을 뗐다.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가 벌어진 직후라 친구들이 A씨 자녀에게 짓궂은 농담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A씨의 딸은 의연했다고 한다. A씨는 "큰아이가 그 말에 '멘탈(정신력)'이 흔들리지 않고 되레 승무원 언니들한테 전해줄 편지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딸에게 편지 내용을 물었더니 '우리를 안전하게 보살펴 주셔서 감사하다'고 썼다는 것. A씨는 "비행기를 타면서 정말로 큰아이가 준비한 편지와 과자 한 봉지를 검표하는 승무원에게 건네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가 탄 비행기가 이륙을 앞둔 순간 편지를 받은 승무원이 A씨 가족이 있는 좌석으로 찾아왔다. 그러고는 A씨 딸에게 답장과 함께 사탕 등이 담긴 꾸러미를 선물했다. 답장에서 승무원은 "어린이 손님의 예쁜 마음에 이모, 삼촌들이 정말 감동받았다"며 "가족들과 행복한 여행 되고 내년에도 즐거운 날들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감사를 표했다.
사연 속 어린이의 편지는 최근 참사로 동료를 잃은 항공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위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A씨가 탔던 항공편은 사고가 일어난 제주항공과 같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이었다. A씨는 "(딸의 편지에) 나도 울컥했는데 승무원들은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답장을 건네주는 승무원의 눈이 그렁그렁했다"고 전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첫 발인식이 열린 2일 광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이 국화를 들고 있다. 광주=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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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관계당국에 따르면, 참사 희생자 179명 가운데 42명의 시신이 유가족에게 인도됐다. 전날에는 희생자 첫 발인이 치러졌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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