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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1조 달러 수주' 역사는 태국 정부가 발주한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따낸 1965년 11월 시작됐습니다.
첫 해외건설 사업은 태국 남단 도시인 파타니와 나라티왓을 연결하는 98km 길이 2차선 고속도로를 짓는 것으로, 현대건설이 세 번 도전 끝에 수주했습니다.
당시 현대건설은 독일·일본 등 16개국 29개 업체와 경쟁했는데, 경쟁국이 써낸 입찰 금액보다 낮은 522만 달러를 써내 계약을 맺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이 공사에서 큰 손실을 봤으나, 당시 경험은 1970년대 중동 건설 신화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 1천100만 달러서 716억 달러까지 성장 해외건설 수주액은 첫 수주 이듬해인 1966년부터 집계됐습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1966년 실적은 1천100만 달러에 불과했고, 1972년(8천315만 달러)까지 연간 1억 달러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73년 1억 7천426만 달러로 급증한 뒤 1976년에는 25억 달러로 올라섭니다.
1981년(136억 8천100만 달러)에는 연간 100억 달러 고지를 넘습니다.
1980년대 초는 중동지역 공사 비중이 전체 해외 수주액의 80∼90%대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오일 달러'가 한국 경제를 이끌던 시절입니다.
이후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며 중동 경제가 불황에 빠지자 해외건설 수주는 1984년부터 1995년까지 다시 100억 달러 밑으로 쪼그라드는 침체기를 겪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던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 공사를 따내며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고, 연간 수주액은 1996년 다시 108억 달러로 올라섭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41억 달러)부터 2004년(75억 달러)까지 또 한 번 주춤하며 위기를 겪었지만, 수주액은 2005년 109억 달러, 2006년 165억 달러, 2007년 398억 달러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2007년 이후에는 2016년(282억 달러), 2017년(290억 달러) 2019년(223억 달러) 세 차례를 제외하고는 연 300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습니다.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은 2010년에 달성한 연간 716억 달러입니다.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국내 업체끼리의 저가 입찰 경쟁이 문제가 되자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과당 경쟁을 벗어나 질적 수주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 기술력에 '온 타임 온 버짓' 강점까지 국내 기업들은 그간 난도 높은 공사를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즉 약속한 기간과 예산에 맞춰 수행해 인정받아 왔습니다.
초고층 등 난도 높은 건물 시공 능력도 손꼽힙니다.
높이 828m의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칼리파 타워(2004년 삼성물산 수주)와 57층 규모 건물 3개가 거대한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를 떠받치고 있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2008년 쌍용건설 수주)이 대표적입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는 2018년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가 수주해 2022년 개통됐습니다.
왕복 6차선에 전체 길이는 4천608m에 달합니다.
단일 기준 역대 최대 해외 공사는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입니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따낸 첫 해외 원전 사업으로, 총공사비가 191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대우건설 등이 참여한 '원팀 코리아'가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올해 3월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올해 수주 통계에 반영됩니다.
그간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 공사는 플랜트에서 원전, 석유화학시설, 대규모 항만 등으로 다변화됐고, 중동에 쏠렸던 수주 지역 역시 다양해졌습니다.
◇ 2조 달러 시대 열려면…투자개발사업 비중 높여야 국내 기업이 앞으로도 해외건설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사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한만희 해외건설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자금 조달 능력을 키워 투자개발사업을 활성화하고, 유럽·중남미·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는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발주 트렌드에 맞춰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건설사들 역시 부진한 국내 시장의 대안으로 SMR과 각국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따른 인프라 프로젝트, 해외 신도시 개발사업 등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과 대외 환경 불확실성 등 변수가 많아 내년 수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형 해외건설 프로젝트는 짧게는 3년, 길게는 7∼8년간 진행되기 때문에 정치 불안에 따른 여파가 당장은 느껴지지 않지만, 불안이 장기화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치 불안이 길어져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경우 수주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우려된다"며 "환율 상승으로 자잿값이 오르는 건 문제지만, 달러로 대금을 받을 경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 반도체·자동차 같은 제조업보다는 아직 여파가 작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토연구원은 '해외건설 1조 달러 시대를 위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해외건설 지원 정책은 해당 시기의 현안 대응을 중심으로 짜여 실효성이 낮았다"며 "내실을 다지려면 해외건설 수주 2조 달러 시대를 전망하고 선도하는 중장기적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정부가 시장과 공종 다변화를 위해 투자개발사업, 디지털 전환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관련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은 정부 정책의 수혜 대상에서 소외될 수 있다"며 이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한국전력 제공, 연합뉴스)
홍영재 기자 y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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