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사만 65곳…품절 약 대체조제 대안 필요
병원에서 처방하는 인플루엔자 치료제가 약국에서 품절 현상을 빚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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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타미플루(인플루엔자 오리지널 치료제)가 품절이라 다른 약국으로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기자는 지난 주말 고열로 인한 어지러움과 두통, 오한에 심한 콧물과 기침, 가래 거기다 눈이 빠질듯한 통증까지 심상치 않은 증상을 겪었다. 체온이 38도를 웃돌아 상비약으로 준비한 해열제를 먹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병원에서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인플루엔자(독감)'였다.
평일 아침 9시 병원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동네 이비인후과를 방문했을 때 병원 안은 이미 북새통이었다. 대기자만 30명이 넘었다. 2시간이 넘게 기다린 끝에 인플루엔자 진단과 처방전을 받아들었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갔는데 '복제의약품(제네릭)은 있으나 처방전에 적힌 약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약을 구하지 못했다. 약국에선 병원 처방전대로 약을 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 5곳을 돌았지만 타미플루가 품절이라 구하지 못했다. 전화로 옆 동네 약국을 수소문해 겨우 조제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달 20일 전국에 독감 유행 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이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기자는 같은 병원에서 마주쳤던 한 아기 엄마를 동네 약국을 돌았을 때 세번이나 마주쳤다. 어린이 인플루엔자 치료에 사용하는 시럽제도 품절이라 그는 발을 동동 굴리며 동네 약국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오리지널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성분은 오셀타미비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외하고 오셀타미비르 제네릭 허가를 받은 국내 제약사는 65곳에 달한다. 품목은 총 227개(용량·제제별 포함)이다.
수십, 수백개에 달하는 동일 성분 의약품 중 어떤 품목을 처방할 지는 의사 재량이다. 어떤 병원에서는 타미플루를, 또 다른 병원에서는 한미플루(한미약품 제네릭), 또 어느 병원에서는 타미비르(종근당 제네릭)를 처방한다. 그 병원과 같은 건물 또는 가까이 위치한 약국들은 해당 병원에서 처방하는 품목으로 의약품들을 구비해놓는다.
대학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고 그 근처 약국이 아닌 동네 약국으로 갔을 때 해당 품목이 없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를 보면 약국과 같은 건물, 같은 동네에서 조차 처방전에 적힌 약을 찾기 어려웠다. 독감 환자가 크게 늘면서 기존에 병원에서 처방했던 의약품 재고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이 약국에 있음에도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현행법상 대체조제는 가능하다. 약사는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을 대체조제할 경우 환자에게 알려야 하고 의사에게도 1일(부득이한 경우 3일) 이내에 통보해야 한다. 많지는 않지만 약국에서 대체조제가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의사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처방한 약을 마음대로 바꿔 조제하는 것이 마음에 들 리 없다. 약사들 역시 병원에 통보해야 하는 불편함과 처방권한을 갖고 있는 의사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대체조제를 꺼린다.
만약 병원에서 갑자기 처방 품목을 바꿀 경우 약국은 기존 재고를 떠안은 채 바뀐 처방약으로 다시 구비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에 약사계에서 주장하는 게 성분명 처방이다. 현재는 특정 품목을 지정해 처방이 이뤄지지만 성분명으로 처방이 이뤄질 경우 약국에서 동일 성분 의약품으로 폭넓게 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사계에서는 성분명처방을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분별한 대체조제시 약화사고가 우려되고 의약분업에도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동네, 같은 건물에서 같은 환자들을 마주하는 병원과 약국이 서로 다른 약을 고집하는 동안 환자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다.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타미플루 대체조제 문제도 확대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도 51주차(2024.12.15~2024.12.21)에 전국 의원급 표본감시결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감염의심 또는 감염)는 31.3명이었다. 50주차(2024.12.8~2024.12.14)에는 13.6명이었지만 일주일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병원과 약국간 합의가 어려운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체조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약국의 무분별한 대체조제는 막고 품절 품목에 한해 대체조제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고, 전달,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품절 약에 대한 대체조제 활성화로 환자들이 약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지 않아도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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