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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단독] 대구 수성못 오리배 철거됐는데...1년 안 된 선착장 승강기 "예산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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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지난해 2~10월 가동 후 무용지물
지난해 11월 오리배 철거, 승강기 '방치'
장애인 탑승용? 오리배가 안전? 논란도
한국일보

대구 수성못 오리배 선착장의 휠체어 승강기가 오리배 운행 중단으로 준공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멈춰 서 있다. 대구=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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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수성구와 한국농어촌공사의 갈등으로 대구 수성못 오리배가 37년 만에 사라진 데 이어 1억 원 가까이 들여 만든 오리배 선착장의 장애인 승강기도 무용지물이 돼 예산 낭비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는 오리배를 쉽게 타도록 한 것이 장애인에 대한 배려인지, 안전불감증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이어진다.

2일 대구 수성구에 따르면 2022년 9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이 오리배 선착장에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구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4개월간 8,472만2,000원을 들여 승강기를 설치했다. 이후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간 승강기를 운영했으나 오리배 운영이 같은 해 11월 중단되면서 휠체어 승강기는 멈춰 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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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가 수성못 오리배 선착장의 휠체어 승강기에 부착한 운행 중단 안내글. 대구=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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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는 당초 경사로 설치를 권고받았으나 안전점검 등 현장 조사 끝에 승강기로 대체해 설치했다. 수성구 관계자는 "인권위원회가 수성못 오리배 선착장에 휠체어 접근을 위한 경사로 설치를 권고했고, (수성못 소유권을 갖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도 설치가 가능하다고 답변했기 때문에 승강기를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수성구가 대구시로부터 선착장 관리를 위임받았고, 편의 제공과 관련된 책무가 있어 설치하지 않을 경우 장애인 차별행위가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 달성지사는 1988년 '족탁식 보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오리배 운영을 지난해 11월 중단했다. 오리배 74대가 모두 철거되면서 9개월간 가동된 승강기도 의미를 상실했다.

농어촌공사 측은 2014년 11월부터 S보트 측과 수면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오리배를 운영했으나 대구시·수성구와의 수성못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 이은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에 따른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오리배 운영을 중단했다. 결국 이들 기관 간 갈등이 예산 낭비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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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못의 명물 오리배가 지난해 11월 14일 철거되고 있다. 대구=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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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가인권위는 장애인의 오리배 선착장 접근 편의성을 위해 경사로 설치를 권고했으나 오리배를 탑승할 경우 구명조끼를 제외한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어 긴급상황 발생 시 빨리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는 2022년 9월 인권활동가들의 진정에 따라 수성못 일대 음식점과 커피숍 등 편의시설과 오리배 선착장 접근을 위한 경사로 등 편의시설 설치를 일괄적으로 수성구청에 권고했다. 하지만 장애인이 오리배를 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일선 활동가들의 진정을 받아 수성못 일대 여러 시설에 대한 장애인의 전반적인 접근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성구청에 경사로 설치 등을 권고했다"며 "당초 진정이 '오리배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내용이 아니고 선착장 접근권만 요구했기 때문에 수성구청에도 이 같은 내용으로 권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성못을 이용하는 한 시민은 "오리배를 타지 않으면서 선착장을 이용하게 해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장애인의 탑승을 전제로 했다면 오리배가 너무 허술한 수상 시설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안전불감증 사례"라고 주장했다.

수성구는 이달 중 수성못 오리배 선착장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승강기를 재가동할 계획이다. 수성못 접근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애초 목적인 오리배가 돌아올 가능성은 없는 상태다.


대구=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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