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유럽, 미국 경제 위해 시민 희생…경제적 잠재력 약화될 것"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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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가스 통로를 차단하기로 한 데 대해 러시아가 유럽의 희생을 대가로 미국이 이득을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외무부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경쟁력 있고 친환경적인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유럽의 경제적 잠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산 에너지가 러시아산 에너지의 빈자리를 꿰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독일이 2022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손 사건으로 천연가스 수급 측면에서 손해를 봤다면서 이제는 손해가 유럽 전체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러시아산 가스를 서유럽으로 전달하는 해저 가스관으로, 2022년 8월 폭발로 인해 파손됐다. 사건 배후는 우크라이나로 알려져 있다.
전날 CNN 등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스프롬은 우렌고이-포마리-우즈고로드(이하 우렌고이) 가스관을 통한 유럽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1984년부터 가동된 4451km 길이의 우렌고이 가스관은 러시아 시베리아 서부 우렌고이 가스전에서 우크라이나 도시 수자 연결 지점을 경유해 중·서부 유럽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수출하는 주요 통로다.
우크라이나와 가스프롬은 전쟁 중에도 가스관 사용 계약을 유지하며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이어갔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각 운송 수수료, 가스 판매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계약 연장을 거부했고 가스관 사용 계약은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만료됐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가스프롬과) 계약을 종료했다. 이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러시아는 (유럽 에너지) 시장을 잃고 재정적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 소식을 알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중단은 러시아의 큰 패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가스 파이프라인 노선 중 하나를 잃으면서 연간 가스 수입이 크게 줄고, 우크라이나는 운송 수수료 이외 그간 유지해 온 '저렴한 에너지 공급 통로'라는 전략적 위치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각 연간 운송 수수료 8억달러(약 1조1816억원), 가스 판매액 50억 달러(7조3400억원)를 잃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은 앞으로 튀르키예를 거쳐 불가리아, 세르비아, 헝가리로 이어지는 '투르크스트림' 가스관을 이용하는 단일 경로로만 이뤄진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의 타티아나 마트로바는 블룸버그에 "이번 가스 수송 중단은 단순한 (유럽 가스) 공급망 조정이 아닌 러시아가 유럽 에너지 시장을 지배했던 한 시대의 상징적인 붕괴"라고 진단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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