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희생자 살던 마을
“늘 웃던 살림꾼” 눈시울
‘제이’는 마을 사람들이 태국인 주민 A씨를 부르는 애칭이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태국인 희생자 중 한 명인 A씨는 태국의 친정 가족을 만나러 갔다가 나주 집에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광주에서 일하던 A씨는 2021년 마을 이장인 남편과 결혼해 이 마을에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제이가 가족들한테 그렇게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A씨가 허리 아픈 시아버지를 부축하고 챙기던 모습을 기억했다.
A씨 세 식구가 함께 밥을 먹으러 외출하는 모습이 유난히 돈독해 보였다고 한다. A씨는 시아버지가 좋아하는 짜장면을 먹으러 자주 면내로 나갔다. 마을 토박이인 남편을 도와 벼농사도 곧잘 지었다. 남편이 모를 심을 땐 모판을 잘 들어줬고 100마지기 넘게 농사를 지으면서도 힘들다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A씨가 늘 웃는 얼굴이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채소라도 가져다주면 ‘고맙습니다’라며 배시시 웃곤 했다”고 A씨를 기억했다.
A씨는 가족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잘 챙겼다. 주민들의 사랑방인 마을회관도 자주 찾았다. 부모뻘인 주민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A씨는 어르신들을 위해 회관에 음식을 해와 나눠 먹곤 했다. 김모씨는 회관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A씨가 준비한 부침개를 나눠 먹던 게 바로 어제 일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A씨는 매년 태국을 찾아 아버지 등 친정 가족을 만나왔다. 이전까진 인천공항을 통해 태국을 다녀왔지만 올해는 달랐다. 제주항공이 지난달 8일부터 무안공항에서 태국 방콕행 운항을 시작했고, 올해는 나주 집과 가까운 무안공항을 이용해 귀국할 계획이었다.
참사 당일 주민들은 마을의 큰 행사인 마을총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장인 남편은 오전 8시30분 도착 예정이던 아내를 마중 나간 참이었다. 두 사람이 돌아오면 행사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오전 9시가 넘어 ‘무안공항’ ‘태국’이 적힌 뉴스 속보를 보고 주민들은 곧바로 A씨 얼굴이 떠올랐다고 했다.
나주에 살던 A씨의 빈소는 광주에 차려졌다. 목포에는 빈 장례식장이 없고 나주에는 화장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A씨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태국에 있는 A씨의 아버지는 몸이 아파 한국을 찾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주민들은 “아버지와 만날 수 있도록 유골함이라도 태국에 다녀올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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