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질 기준 놓고 군색한 해명
둔덕엔 문제없었다는 취지
관련 규정 해석도 우왕좌왕
‘비상식적 주장’ 책임론 커져
실마리를 찾아서…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무안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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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콘크리트 둔덕 위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이 지목되는 가운데, 무안국제공항과 같은 정밀접근활주로의 경우 설치물을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2일 “둔덕 위 시설”에 관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시설을 떠받치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한 규정은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이다. 로컬라이저와 관련한 규정 위반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명확한 설명은커녕 오락가락 혹은 상식 밖의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어 정부 책임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무안공항 개량사업 설계 발주 때 (부러지기 쉽게 시설을 설계하라는) 지시 취지를 한국공항공사에 문의했는데, 둔덕 위 레일 등 기초재를 개량설계하면서 부러지기 쉽도록 하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무안공항 방위각시설 내구연한(15년)을 이유로 개량공사를 발주해 2023년 9월부터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때 ‘부러지기 쉬운’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무안공항과 같은 정밀접근활주로의 경우 종단안전구역은 방위각시설이 있는 위치까지 연장해서 봐야 하고, 이 구역 내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국토부의 설명은 한국공항공사가 설계 발주 당시 ‘부러지기 쉬운’ 방안을 검토하도록 한 것은 콘크리트 둔덕이 아니라 그 위 기초재에 관한 지시였다는 취지다. 즉 부러지기 쉬운 자재의 대상물은 지지대가 아니고 안테나 등 방위각시설이었다는 설명이다. 콘크리트 둔덕 설치 방법이나 위치 자체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콘크리트 둔덕이 이번 참사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하지만 항공전문가들은 방위각시설 지지대가 부러지기 쉬운 재질이었다면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명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 실장은 “(질문과 답변의) 전체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부러지기 쉽게 설계하라고 한 것’이 무엇이냐고 질의한 뒤 한국공항공사의 답변을 들은 것이고, 앞뒤에 다른 내용이 있었는지는 전체 내용을 다시 보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개량공사 시공사는 로컬라이저를 교체하는 동시에 기존 콘크리트 지지대 위에 두께 30㎝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로 설치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처음엔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으니 재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가, 현재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물러선 상태다.
‘둔덕이 없었으면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사고 규모와 관련된 것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살펴볼 계획이기 때문에 다 검토가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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