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9 (목)

비판 빗발치자…‘사표’ 도로 집어넣은 대통령실 참모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진석 등 출근, 업무 수행
최상목 대행 만류도 영향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
‘탈대통령실’은 시간문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일괄 사표를 냈던 수석급 이상 대통령실 참모들이 2일 출근했다. ‘집단 항명’ ‘국정 내팽개치기’ 비판이 제기되자 출근해 관망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잠시 유예’ 상태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일부는 비상계엄 선포 후 대통령실 탈주를 원해왔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정상 출근해 수석비서관 등과 정례 간담회를 했다.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참모들은 전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의를 밝혔지만, 최 권한대행은 이를 반려했다. 정 실장은 간담회에서 수석들에게 거취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석들이 정 실장에게 ‘국정 안정과 대통령실 안정이 중요하니까 신중하게 판단을 해야 한다’ ‘비서실장이 그만두면 우리도 모두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정 실장도 이런 의견을 신중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실장은 출근을 하며 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전날 오전 정 실장과의 통화에서는 정 실장의 사의만 수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후에 다시 정 실장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사의 반려를 받아들여달라”는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탈주는 일단 중단됐지만 향후 이탈 움직임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참모들은 표면적으로는 최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한 것을 비판하며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윤 대통령 파면 가능성이 커진 데 따라 비상계엄과 탄핵 낙인이 찍힌 대통령실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헌법재판관 6명이면 1명이 기각 입장을 내서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이 확실하다는 게 용산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재판관이 8명이 되면서 기각 가능성은 낮아졌고, 참모들도 대통령실에 남을 이유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참모들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일 수 있다”며 “비상계엄 선포 후 배신감을 토로한 참모들도 많았지만 바로 그만두는 건 지조 없는 모습이라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이다. 이제 그만둘 때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여권 관계자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계기로 대통령실이 최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고 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