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항 로컬라이저 전수 조사... 여전히 "규정 맞는지 검토 중"

8일까지 전국 공항 특별점검 착수
구조물의 높이, 위치, 재질 조사
"로컬라이저 규정 맞냐" 물음엔
"국내외 규정, 전문가 의견 종합 중"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와 119 소방대원들이 방위각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무안=뉴스1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자 국토교통부가 2일 전국 공항의 항행안전시설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통해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활주로 주변 항행안전시설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무안공항처럼 다른 공항에도 콘크리트 혼합형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는지를 8일까지 확인할 예정이다. 설치 여부뿐만 아니라 구조물의 높이, 위치, 재질 등을 다각도로 조사한다.

개량하며 더 단단해진 로컬라이저...국토부 "과정 조사"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어떤 경위로 단단하게 지어졌는지 이유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무안공항 둔덕은 최초 설계 당시부터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 둔덕 안에는 10여 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심어져 있고, 그 위에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설치된 형태다.

둔덕은 2023년 개량 공사를 거쳤는데, 이때 오히려 30㎝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이 둔덕 꼭대기에 덧대어졌다. 개량시공을 발주한 한국공항공사는 당초 발주서에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부서지기 쉽게 설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주 실장은 "개량 당시 발주서의 '부서지기 쉽게' 문구가 어떤 취지인지 한국공항공사에 문의해보니, '둔덕 위 레일 기초대를 개량설계하면서 부러지기 쉽게 고려하라'는 취지였다는 답변이 왔다"며 "사업 승인을 해준 부산지방항공청이 이런 원칙들을 알고 승인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이 종단안전구역 규정에 맞게 설치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여태껏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국토부는 당초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돼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선 국토부 고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등 국내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종합적으로 판단해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유보된 입장을 밝혔고, 이날 역시 구체적 설명은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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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 현장서 조사 중...3일까지 737-800 전수조사

무안공항에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12명, 미국 조사팀(연방항공청, 교통안전위, 항공기 제작사 보잉) 10명이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블랙박스 2종 중 음성기록장치(CVR) 자료의 음성파일 전환이 이날 오전 끝나 분석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사고기종과 같은 보잉 737-800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이 기종을 운항하는 6개 항공사를 대상으로도 3일까지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대 사안에 대해선 항공안전감독관이 현장에서 긴급 운항정지를 포함해서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사망자 179명 전원의 신원 확인이 끝나 임시 안치소에 155명이 안치됐다. 사망자 중 24명은 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 생존 승무원 2명 중 1명은 중환자실, 1명은 일반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세종=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