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인권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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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을 조사하면서 전담수사관을 배정하지 않고 신뢰관계인 동석을 고지 않은 건 장애인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피고인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의사를 결정·전달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신뢰관계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족·동거인 등)이 동석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인권위는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에게 담당 경찰관에 대한 주의조치 및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과, 서울중앙지검장에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달장애인 사건은 전담 검사에게 배당하고 전담 검사가 검찰 수사단계에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에 관한 적법절차를 준수했는지를 확인하도록 직무교육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발달 장애인 ㄱ씨의 국선변호인은 남대문경찰서 경찰관과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ㄱ씨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과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등에 따른 ‘발달장애인 전담 조사제도’를 위반하고 신뢰관계인 조력에 관하여 고지하지 않아 피해자가 정당한 사법절차 조력을 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는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의사소통이나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규정해 발달장애인이 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발달장애인법 제12조 및 제13조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발달장애인 사건은 전담 검사 및 전담 사법경찰관이 조사 및 심문하도록 하며, 대검찰청은 ‘발달장애인 사건조사에 관한 지침’으로 발달장애인 사건은 원칙적으로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에게 일괄 배당하여 영장 청구, 공소 제기, 발달장애인 조사, 피해자 지원 등을 전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남대문경찰서 경찰관은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스스로 발달장애인이 아니며 의사소통이나 의사 표현에 어려움이 없다고 대답했고, ㄱ씨가 여러 차례 수사를 받은 경험이 있어 실질적 피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검사 역시 “반드시 전담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ㄱ씨에 대해 추가 조사 없이 사법경찰관이 수집한 증거관계를 검토하여 재판을 청구한 사건이므로 차별적 조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경찰과 검찰의 행위가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피해자가 발달장애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여 스스로 발달장애인이 아니라고 답변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찰수사관이 지적장애인임이 표시된 장애인복지카드를 확인하였다면 신뢰관계인 등의 조력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렸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대검찰청 ‘발달장애인 사건조사에 관한 지침’에 따라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를 배정하지 않은 것 역시 발달장애인을 불리하게 대우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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