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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우크라 경유' 러시아산 가스 공급 멈췄다…유럽 또 에너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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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가스프롬과 가스운송 계약 연장 거부…
체코·헝가리 등 EU 회원국·몰도바 직접 영향권,
EU "러 의존도 이미 줄어 에너지 대란 없을 것"

머니투데이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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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통한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이 새해 첫날부터 중단됐다. 지난 50년간 지속된 러시아의 유럽 에너지 시장 지배가 종식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때와 같은 가스 가격 급등 등 유럽 에너지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유럽 내부에서는 3년간 이어진 전쟁을 계기로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이전보다 대폭 줄어 과거와 같은 에너지 위기는 없을 것으로 본다.

1일(현지시간) CNN·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스프롬은 각각 성명을 통해 이날부터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우렌고이-포마리-우즈고로드(이하 우렌고이) 가스관을 통한 유럽으로의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1984년부터 가동된 4451km 길이의 우렌고이 가스관은 러시아 시베리아 서부 우렌고이 가스전에서 우크라이나 수자 연결 지점을 경유해 중·서부 유럽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수출하는 주요 통로다. 가스관 일부는 소유한 우크라이나는 가스프롬과 운송 계약을 체결해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을 도왔다.

우크라이나와 가스프롬은 전쟁 중에도 가스관 사용 계약을 유지하며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이어갔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각 운송 수수료, 가스 판매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31일 종료된 가스관 사용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멈췄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가스프롬과) 계약을 종료했다. 이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러시아는 (유럽 에너지) 시장을 잃고 재정적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 소식을 알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중단은 러시아의 큰 패배 중 하나"라며 공급 중단 소식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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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러시아산 가스 운송 주요 경로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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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가스 파이프라인 노선 중 하나를 잃으면서 연간 가스 수입이 크게 줄고, 우크라이나는 운송 수수료 이외 그간 유지해 온 '저렴한 에너지 공급 통로'라는 전략적 위치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각 연간 운송 수수료 8억달러(약 1조1816억원), 가스 판매액 50억달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은 앞으로 튀르키예를 거쳐 불가리아, 세르비아, 헝가리로 이어지는 '투르크스트림'(Turkstream) 가스관을 이용하는 단일 경로로만 이뤄진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의 타티아나 마트로바는 블룸버그에 "이번 가스 수송 중단은 단순한 (유럽 가스) 공급망 조정이 아닌 러시아가 유럽 에너지 시장을 지배했던 한 시대의 상징적인 붕괴"라고 진단했다.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몰도바 소비자들은 이번 중단으로 인한 가스 가격 인상,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몰도바의 분리 독립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 가정에는 이미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로 수송된 러시아산 가스는 유럽 전체 수요의 5%에 불과하지만, 이미 유럽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여진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며 "중부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추가 상승과 겨울철 빠른 속도로 고갈되는 에너지 재고 확보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EU 내부에서는 이번 중단이 오래전부터 예고된 만큼 2022년처럼 가스 가격 급등 등의 에너지 대란은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유럽 가스 인프라는 러시아산이 아닌 (다른) 가스를 공급할 만큼 유연하다. 2022년 이후 천연가스 수입 능력이 상당히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전쟁 이후 유럽은 가스 공급 경로를 노르웨이 미국·카타르(천연액화가스)로 확대하는 등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축소에 나섰다. EU 집계에 따르면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은 2021년 40% 이상에서 2023년 8%로 줄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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