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공항, 광주공항, 포항경주공항도 콘크리트 구조물
문제 입증 된 만큼 우선 없애서 안전 확보하는 게 중요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유류품을 탐색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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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전문가들은 무안국제공항처럼 활주로 너머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된 다른 지역 공항들의 기존 구조물을 전부 연성 소재로 바꾸거나, 지하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컬라이저(착륙유도안테나)를 지지하는 용도로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 한 사고기는 속도를 못 줄이고 활주로를 벗어나 약 251m를 더 나갔다. 그러면서 높이 2m, 두께 4m, 가로 40m에 이르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정면충돌해 두동강 나며 폭발했다.
규정에 맞는지 안 맞는지 따질 때 아니야
고가 난 지 닷새째인 2일까지 국토교통부는 이 콘크리트 구조물이 법에 맞게 설치됐는지 아닌지에 대해 따져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구조물의 위험성이 입증된 만큼, 적법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공항에서 이 시설을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14개 공항 중에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세워진 공항은 무안 외에도 여수공항, 광주공항, 포항경주공항 등이 있다. 이들 공항은 무안처럼 활주로 끝단 바로 너머에 1.5~4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이 공항들도 안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국내 공항시설은 기준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며 "다만 특별안전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콘크리트 구조물 하루빨리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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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 다른 공항들도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로컬라이저 지지대라는 것은 사실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빨간 파이프 모양으로 부서지게 쉽게 만든 부분"이라며 "콘크리트 구조물은 지하시설로 활주로 땅 밑에 들어가도록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무안공항은 활주로에 경사가 있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튀어나오게 된 건데 이로 인해 사고 규모가 커진 것"이라며 "인천·김포공항처럼 이번 일을 계기로 무안·여수·광주·포항공항 같은 곳도 활주로 지반을 평평하게 만들도록 작업하고, 지상으로 튀어나온 콘크리트 구조물은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로컬라이저 밑 콘크리트 구조물은 항공기와 충돌할 때 부러지거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재질로 바꿔야 한다"며 "기존 공항들은 물론이고 새로 지어질 가덕도 신공항까지 이런 안전장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운항과 교수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을 보면 종단안전구역 내에는 장애물을 설치할 때 쉽게 부서지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른 지방 공항들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사고처럼 동체로 활주로에 착륙할 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마스(EMAS·항공기 이탈방지 시스템)‘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마스는 항공기가 불가피한 사고로 활주로를 벗어나는 이른바 ’오버런‘을 해야 할 때, 비행기 속도를 급격히 낮추는 안전장치다. 항공기가 이 구역에 진입하면 보도블록 형태로 돼 있는 바닥이 항공기의 무게로 인해 부서지면서 동체나 바퀴를 잡아끌듯 속도를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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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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