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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신규 의사·전문의 배출 절벽, 전공의 부재...수렁으로 빠지는 '의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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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 의료계에는 작년 한 해가 악몽같은 시기였을 것이다. 물론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나 대다수 국민에게도 다를 바 없지만. 윤석열 정부가 작년 2월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악몽이다. '의료개혁'이란 기치를 내걸었지만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정책이란 비난과 함께 거센 저항을 불러왔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을 실행했다. 수련병원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온 전공의들이 빠지면서 대형병원은 의료공백과도 상태에 빠졌다. 그동안 대형병원의 의료인력 구조가 전문의 중심이 아니라 인건비가 싼 전공의에 의존해왔음이 드러났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를 겪으면서 기존 수련체계는 용도폐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대학병원도 더는 '값싼 의사 인력 = 전공의'라는 인식을 지우고, 전공의 없는 병원의 정상적인 의료시스템 운영을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찾아온 셈이다

집단사직 방아쇠는 의대정원 확대로 당겨졌지만 '전공의 부재'는 앞서부터 누적된 의료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분출된 결과로 봐야 한다. 의정 갈등이 해소되면 다시 예정처럼 전공의 인력을 '갈아 넣어' 돌아가는 구조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충분한 임상역량을 갖춘 전문의 중심으로 대학병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인력 구조를 개편하고, 그에 맞춰 충분한 보상체계와 각종 인력수급 정책을 개선하는 쪽으로 갈등과 반발의 기운이 집중돼야 한다.

기존 의료시스템에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그 방향성과 속도 조절이다. 전공의 인력 부재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속되는 가운데 신규 의사 및 전문의 배출 절벽에 직면한 상황에서 의료개혁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신규 의사와 전문의 배출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앞서 2024년 7월 2일부터 24일까지 시행된 제89회 의사 국시 실기시험 응시자는 347명으로 예년의 10%(전년도 응시자 수 3,212명)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제89회 의사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한 347명 가운데 합격자는 266명에 그쳤다.

이렇게 되면 올해 신규 의사면허자 수는 2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매년 배출된 새내기 의사면허자 수가 3000명을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 수준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신규 의사 배출이 급감하면 그만큼 수련병원에 인턴으로 지원할 인력도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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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의사뿐만 아니라 신규 전문의 배출도 절벽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월 임용된 전공의 1만463명 중 9,136명이 사직하면서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는 9월말 기준으로 1,327명에 불과하다.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1,327명 중 2025년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가능한 연차의 전공의 수는 553명이다. 여기에 2024년 9월 하반기에 모집된 전공의 중 수료 예정 연차인 전공의 23명을 포함하면 2025년 전문의 자격시험에 접수할 수 있는 인원이 총 576명 뿐인 셈이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2024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가 2,782명이었는데, 2025년도 응시 가능인원은 전년도의 20.7%에 불과한 상황이다.

의료전문가들은 작년 2월부터 이어진 의료공백이 2025년에는 본격적인 의료붕괴 현상으로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지금의 의료붕괴 위기에 대해서 적절한 대응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

의대 증원에 맞춰 2025학년도 의대 입시가 진행되면서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갔다. 늘어난 정원과 기존에 수업거부로 휴학을 한 학생들이 복학해 함께 수업을 듣는 상황이 오면 의대 강의실은 '콩나물 시루'가 되고, 의학교육의 질이 덜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교육부가 올해 의학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으로 4,877억원을 확보했지만 시설 및 교수진 등 인력 확충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향후 수년간 혼란은 불가피하다.

수련병원의 전공의 인력 부재가 올해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2025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에 따르면 181개 병원에서 3,594명 모집에 최종적으로 181명이 선발됐다.

이번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은 전기, 후기로 구분해 진행하던 예년과 달리 181개 병원에서 3,594명의 모집을 일괄 진행한 결과 지원자는 314명뿐이었다. 이후 필기시험(12월 15일)과 면접(12월 17~18이라) 등을 거친 결과 지원자 314명 중 181명만 선발돼 전체 확보율은 5.0%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경우 107명(확보율 5.5%)을 선발했다. 비수도권은 74명(확보율 4.5%)을 선발해 수도권이 전체 선발인원 중 59.1%로 나타났다.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1년차 확보율은 더 처참하다. 산부인과는 188명 모집에 1명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1명을 선발해 확보율이 0.5%에 그쳤다. 소아청소년과는 206명 모집에 5명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5명(확보율 2.4%)을 선발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65명 모집에 2명이 지원했고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2명을 선발해 확보율 3.1%를 기록했다. 응급의학과는 224명 모집에 5명을 뽑으면서 확보율 2.2%를 기록했다. '필수의료 살린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의대 증원이 필수의료 지원 기피만 심화화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의대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을 지속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5년도 신년사를 통해 "2024년을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27년 만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필수의료의 근원적 체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며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국민과 의료인 모두가 공감하는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체계를 마련하고 지역·필수의료가 더는 소외되지 않도록 의료전달체계와 보상체계를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무리한 의대증원 추진으로 신규 의사·전문의 배출은 급감했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분야 기피는 더 심화되는 분위기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의료공백과 의정갈등을 풀어낼 정치는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여야의정협의체는 대한의학회 등이 탈퇴하면서 이미 무의미해졌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도 의료계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어 사실상 정부의 '나홀로 의료개혁'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대증원 추진 이후 한국 의료계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며 "수련병원, 상급종합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는 아직도 요원하고, 수업 현장을 떠난 의대생의 복귀는 더더욱 가망 없어 보인다. 과로에 지친 의대 교수들은 학생, 전공의 교육을 통한 의사, 전문의 양성이라는 소임마저 없어져 가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들은 "풍전등화, 백척간두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이제 한국 의료는 그야말로 공멸 또는 극적 타개의 기로에 서 있다"며 "대학병원의 수련시스템이 한번 무너지면 가뜩이나 입지가 줄어드는 '바이탈' 진료과의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고, 아예 전공의 수련 명맥이 끊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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