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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여권과 보수언론의 ‘개헌론’ 불 안 붙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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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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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여권과 보수언론의 ‘개헌론’ 불 지피기가 한창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이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낸 만큼,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 중인 지금이 분권형 개헌을 시도할 적기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개헌론은 아직 ‘보수정치권만의 의제’에 머물러 있다. 개헌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호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의 전통적인 개헌론자들 역시 ‘탄핵 정국에 개헌을 이야기하는 건 정략적 물타기’라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뒤엔 개헌의 공론화를 미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는 지난 31일 “최근 반복되는 대통령 탄핵 정국의 근본적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과 단원제 국회의 충돌을 중단·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헌법상 전무하기 때문”이라며 “여야 정치권은 이 기회에 분권형 국가권력 구조에 관한 개헌을 추진해 극단적·소모적 정쟁을 해소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김원기·문희상·정세균·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 정운찬·이낙연 전 국무총리, 서청원·황우여·손학규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친윤석열계가 띄운 개헌론에 여야 원로들이 동참한 것이다.



정치권에 몸담은 이들 가운데, 대통령 한명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행 대통령제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이는 드물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 19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2022년 대선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했고, 이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4년 중임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윤 대통령이 내란사태를 일으킨 뒤에도 이 대표는 정치권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대표를 비롯해 당내 친이재명계 인사들은 최근 개헌 문제에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탄핵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개헌 이슈로 논점을 흐려선 안 된다’는 논리다. 친명계 지도부의 한 의원은 1일 “대통령제 개편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논의하기 어렵다. 여당이 자기 당 출신 대통령이 저지른 내란 범죄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대통령제 개헌을 그들과 이야기하겠나”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12·3 이전과 이후는 질적으로 다르다. 지금 나오는 개헌론은 윤석열의 임기를 연장하고 보수세력이 책임을 피해가려는 음모”라고 말했다.



다만 8년 새 두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면서 ‘87년 체제’의 시효가 다했음이 확인된 만큼, 개헌을 비롯한 정치 개혁은 피하기 어려운 시대적 과제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런 까닭에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탄핵 결정 뒤 조기 대선 과정에서라도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개헌은 오래된 과제인데 여당이 이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면서 ‘나쁜 의제’가 되어버렸다. 거대 양당이 아닌, 시민적 참여 속에 개헌의 논의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계엄 같은 헌정질서 문란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 속에서 논의를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고경주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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