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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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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신년호]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승자독식 멈출 선거·정당법 개혁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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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헌법과 법률 따라 수습하고 단죄해야

승자독식 선거제 개혁하고 비례성 높여야

소수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는 정당법 개혁

한국 민주주의 회복탄력성 높아, 저강도 혼란은 계속될 듯

취임 후 2년 반 동안 위태위태한 행보를 보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12월3일 기습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정치적 자멸'의 길을 걸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에 한국 사회는 혼란을 거듭하며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등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는 극단적 진영 갈등과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과제를 안겨줬다. <메트로경제신문>은 각계 전문가들을 만나 격동기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이들이 제안하는 해결책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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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3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원장 사무실에서 만난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정치대학원장)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생존을 넘어 도약하려면 승자독식 구조를 해체하는 선거법과 정당법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헌법과 법률 따라 수습하고 단죄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학계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배병인 교수는 800명에 가까운 한국정치학회 소속 정치학자들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성명에 서명했고,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연속 집담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적어도 한국 사회가 민주화된 다음에 헌법과 법률에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를 깡그리 무시하는 행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전제를 해왔는데, 윤 대통령이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태를 저질렀다. 대단히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이제는 수습해야 하는 시점인데, 방식은 기본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도전하는 행위였으니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절차적으로 수습을 해야 할 것이고 일종의 내란 내지는 친위 쿠데타를 획책한 것이니 엄중하게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비상계엄 수습을 다루는 정치권의 태도에도 의문을 드러냈다. 배 교수는 "국민의힘은 '탄핵 트라우마'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상 내란이나 친위 쿠데타 세력을 동조 내지는 비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개인적인 생각으론 국민의힘에 대한 단죄도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갈수록 든다"고 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조기 대선을 바라보는 것 같다"며 "'어떻게든 권력을 잡으면 된다'라는 생각만 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어 '정치권이 잘 해야 하는데'라는 걱정뿐"이라고 부연했다.

배 교수는 한국 보수 속에 암약하고 있는 '파시스트'들과 '일반적 보수'를 구별해야 한다고도 했다. 배 교수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사람들이 자기들이 권력을 잡고 모든 것을 전횡하려는 일종의 파시스트였다. 이들이 보수라는 외피를 썼던 것"이라며 "그래서 보수 진영 내에서도 파시스트 세력과 일반적 의미의 보수 세력을 구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고, 사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엔 극우나 파시스트 세력이 보수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 동안 생존해 왔다"고 했다.

◆"승자독식 선거제 개혁하고 비례성 높여야"

배 교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한국 특유의 지역주의와 더해져 권력지향적 극우 파시스트들이 정당 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 정당은 '지역주의'라는 색채가 굉장히 강하다"며 "국민의힘의 강성층을 보면 대구·경북에 근거를 둔 전통적으로 보수 세력이 강한 지역구를 둔 사람들이다. 이 구도를 깰 수 있는 정치 제도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특히, 우리는 소선거구제다. 한 표라도 더 받으면 권력전체를 얻는 승자독식제"라며 "대구·경북 등이 보수세가 강한 것은 맞으나 그 지역에 보수적인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 목소리가 과대대표(정당이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것) 되도록 하는 제도 아래에서 이들이 계속해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때문에 일종의 자기 텃밭처럼 계속해서 충원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배 교수는 선거제 개혁에 대해 "사실 지체된 개혁이다. 선거제 개혁 논의는 비례성 강화를 주제로 10년 전부터 계속 이야기가 돼 왔으나, 위성 정당 논의로 끝나버렸다"며 "비상계엄 사태로 선거제 개혁의 이야기까지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근본적으로 그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타이밍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힘줘 말했다.

배 교수는 구체적 선거제 개혁 방향에 대해 "승자독식 구조 해체의 핵심은 결국 비례성의 대폭 강화"라며 "전면적인 비례대표제까지 포함해서 정치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면 기본적으로 대통령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으므로 대통령제를 완화하거나 프랑스식의 이원집정부제 혹은 의원내각제 형태로 완전히 전환하는 논의로 나갈 수밖에 없다"라며 개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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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는 정당법 개혁"

배병인 교수는 정당법도 개혁해 승자독식 구조 해체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봤다. 배 교수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의 당원이 수백만 명이라고 한다. 이건 사실 놀라운 일"이라며 "21세기에 수백만 명의 당원을 거느린 정당이 있고 또 주요 정당이라는 것은 세계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당들이 당원 민주주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백만 명의 당원은 사실 이른바 민주당에서 개딸(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극성 지지층)론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극단적으로 똘똘 뭉쳐 있는 집단이거나 몇몇 명망가 정치인들이 동원하는 식의 구조"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당원이 100만 명 정도 되면 사실 그 당은 당원이 내는 당비로 운영되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우리 정당은 당비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국고보조금에 의해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고보조금이 어디에 쓰이냐면, 정당 내에서 특정의 명망가들이 정당 내에서 권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그 돈을 활용해서 어떤 정당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식으로 쓰인다"며 "정당에 대해 국고보조는 당연히 들어가야 하지만, 소수 의견을 가진 정당이 민주주의 정치 과정에 반영되게 하려고 자금 문제로 활동을 못 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 보조금의 취지인데, 지금은 이마저도 승자독식 구조"라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거대한 정당, 의석을 많이 차지한 정당이 엄청나게 많은 보조금을 받아서 그 돈으로 자기 세를 불리고 오히려 소수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이들이 들어설 기회를 막아버리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으니까 정당 개혁을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정당이 국회나 정부 안에서 권력을 나누는 집단을 넘어서서 그 자체가 하나의 민주주의를 교육하고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기구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배병인 교수는 정치권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배 교수는 '뮌히하우젠(Munchhausen) 우화'를 소개하면서 "뮌히하우젠 남작이 우물에 빠졌는데, 이 사람이 생각해 낸 것이, 자기 머리를 잡아서 끌어올리면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치개혁도 이와 비슷하다. 이를 하려면 시민이든 국민이든 우물에서 끄집어내야 하는데,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정당들이 갖고 있어 개혁 자체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이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으니 자기 머리 잡아서 우물에서 빠져나오듯이 그 정도의 행동만 할 수 있을 뿐이고, 실질적인 개혁은 어렵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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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회복탄력성 높아, 저강도 혼란은 계속될 듯"

배병인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높은 회복탄력성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은 밝으나 단기적으로는 저강도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배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우리나라는 일부 정치인이 파시스트적 성향을 보이고 있을지 몰라도 시민들의 의식 자체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사실상 젊은 세대가 주도해서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를 끌어낸 것이라서 긍정적인 자산이고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밝다"고 했다.

다만 배 교수는 "진영 논리가 횡행하는 이유는 승자독식 구조의 정치제도 하에서 상대 정당과 나의 정당을 차별화시켜야 하고 제3의 선택지를 막아야 자기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진영화시키는 담론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고 본다"며 "승자독식 구조를 바꿔야지만 시민들의 높은 의식과 정치인들의 낮은 의식 사이 괴리를 좁힐 수 있을 텐데, 이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들이 정치인들이라서 적어도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론 저강도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민주당 정부는 지난번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서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해서 전달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미 한 번 증명이 됐다. 그것이 윤석열이 당선된 비결"이라며 "만약 조기 대선으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여러 기대와 요구들이 있을 텐데 새 정부가 이를 감당하거나 부응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은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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