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지난해 1월 2일 발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직전 상황. 가해자 김모씨가 이 대표에게 지지자를 가장해 접근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바른소리TV'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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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둘러보고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차량으로 돌아가는 중 비명이 울려 퍼졌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그 가운데에 이 대표가 쓰러져 있었다. 지지자를 가장해 접근한 한 신원미상 남성이 기습적으로 이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벌어진 정치테러 살인미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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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좀 해주세요"…펜과 종이 건넨 뒤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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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오전 10시 27분쯤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취재진과 문답하며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이때 '내가 이재명'이라는 글귀가 적힌 파란 종이 왕관을 쓴 김모(66)씨가 취재진을 뚫고 이 대표에게 다가갔다. 이후 그는 "대표님, 사인 하나만 해 주세요"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한 뒤 펜과 종이를 건넸다.
이 대표가 사인을 위해 고개를 숙이자 김씨는 숨기고 있던 흉기를 빠르게 내질렀다. 순식간에 목 부위를 찔린 이 대표는 그대로 쓰러졌다.
주변에선 '악'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 자리에서 제압된 김씨는 도주를 시도하거나 저항하는 움직임 없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습격당한 이 대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서울대병원 의무기록 등에 따르면 이 대표 상처는 길이 1.4cm 자상으로 판명됐다. 상처는 2~2.5cm 깊이였다. 다만 흉기가 조금만 더 깊이 또는 중심부로 들어갔다면 경동맥이 손상돼 사망 가능성이 있었다는 소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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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준비된 범행…배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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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범행에 쓴 흉기는 날 길이 13cm(전체 18cm) 크기다. 그는 흉기가 가장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 아래 2023년 4월 범행 도구를 구입했다.
이후 살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흉기를 장기간 숫돌·칼갈이에 갈아 연마했다. 손잡이 부분도 잡기 용이하게 개조했다. 같은 해 9월부터는 나무둥치 사람 목 높이 정도에 목도리를 고정한 후 자연스럽게 찌르는 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김씨는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이 대표 일정을 주기적으로 확인했다. 1차 범행 시도는 2023년 6월 초 이 대표가 참석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반대 규탄대회'였다. 그해 7~12월에도 이 대표가 참석한 3번의 행사에 흉기를 소지하고 참석해 기회를 엿봤지만 경호상의 이유 등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김씨는 범행을 목적으로 지난해 1월 1일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이 대표를 따라갔다. 이때도 경호가 삼엄해 범행을 접었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 다음 날 부산행을 택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범행에 배후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수사기관은 함께 검거된 남성이 김씨 범행 계획을 알았고 일부 범행을 용이하게 했으나 배후 격 인물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김씨가 범행 장소로 가는 데 이용한 차량 운전자들도 호의로 태워다 줬거나 영업상 김씨를 태운 콜택시 기사였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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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정치 성향이 범행 동기…1·2심 '징역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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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려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된 피의자 김모 씨가 지난해 1월 10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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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2005년부터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극단적 정치 성향에 빠져들었다. '이 대표가 종북세력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적대감을 키웠다. 부동산 중개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2019년 이후 영업 부진으로 인한 경제난, 이혼 등 개인적 곤란함이 극단적 성향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급기야 김씨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이 대표 주도로 민주당이 의석수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적화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범행을 결심했다.
살인 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단순히 생명권을 박탈하려는 시도에 그치지 않고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피해자에게 공격함으로써 선거의 자유를 방해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심대하게 파괴하는 행위"라며 "이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어 엄벌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1심 판결에 검찰과 김씨는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에서 형량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11월 27일 부산지법 형사2부는 김씨에게 원심 형과 같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 들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어 반성문을 제출하고 사과 취지를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생명을 침해하는 범행은 대상이 누구든, 이유가 무엇이든 그 자체로 중대한 범죄"라며 "또 편지가 피해자에게 전달됐지만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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