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연간 매출 1조원만 넘어도 업계 선두권을 넘볼 정도로 영세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작년 연 매출 4조원을 넘기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줄곧 국가 신성장동력 유력 후보로 꼽히던 바이오가 잠재력이 아닌 눈에 보이는 성과로 그 가치를 증명한 의미있는 한 해였단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과거의 병폐를 답습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연말연시 연휴를 앞두고 기업의 부정적 이슈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올빼미 공시'는 여전했다.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임상·허가 실패 등 상대적으로 시장 관심이 낮아지는 시기를 노린 업계 대표적 꼼수다.
국내 산업이 글로벌 성과를 내놓는 다는 건 전세계가 국내 업계는 물론, 그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시장까지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장 국내 자본시장에서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하루가 다르게 성숙해지는 기술력에 비해 평가가 박하다. 앞서 언급된 병폐와 이를 악용하는 기업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바이오벤처 주요 자금줄인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 "바이오는 겁부터 난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고 구성된 VC가 바이오의 유망함과 가능성을 모를리 없지만, 그만큼 높아진 '옥석가리기' 난이도에 고민이 깊어진 탓이다.
지난해 만난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진심어린 열정은 바이오 산업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 충분했다. 다만 열심히 깎은 옥을 쌓는 장인들 속 그 안에 섞이는 요행을 바라며 돌을 던지는 행태도 적지 않았다.
무분별하게 던진 돌덩이에 쌓인 돌무더기는 결국 무너진다. 무너진 돌무더기에 옥이 가려지면, 국내 바이오 산업은 옥석을 가릴 기회조차 잃을 수 있다. 다행인 점은 개인 투자자들도 함께 성숙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단기 이슈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업계의 눈 가리기성 발표에 더이상 무조건적으로 현혹되지 않는다. 업계 역시 이에 발 맞춰 또 다른 성과들이 기다릴 새해엔 부정적 답습 보단 긍정적 변화에서 답을 찾길 기대해 본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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