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 조업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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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과 조선업계의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이 결국 해를 넘긴다. 정 반대의 양측 업황 탓에 그렇지 않아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는데 연말 환율 변수까지 불거졌다. 주도권은 수익성 방어가 절실한 철강업계 보다 중국산 후판이란 대안이 있는 조선업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판 가격 합의점에 도달하려면 환율이 안정돼서 양측 입장차가 그나마 좁혀져야 한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1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시작된 후판 가격 협상은 올해 마지막 영업일인 이날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매년 상·하반기에 두 번 협상을 진행해 다음 분기 후판 가격을 정한다. 내년 상반기 가격 합의점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셈이다.
이미 지난해 7월 협상 시작과 함께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 상태였다. 양측이 처한 사업 환경이 극단적으로 벌어진 탓이었다. 철강은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와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 침체 탓에 업황이 최악으로 향하는 중이고 조선은 슈퍼사이클(초호황) 도래로 앞으로 3년간 이익 확대가 예견됐다. 무엇보다 조선업계는 가격이 싼데다 품질도 나쁘지 않은 중국산 후판 사용을 늘리는 카드까지 쥐고 있다.
철강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무조건 가격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중국산 대안이 있는 조선으로선 급할게 없는 구도인 셈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협상은 늘 쉽지 않았지만 올해는 중국산 공세 탓에 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급할게 없다고는 해도 조선업계 역시 가격을 쉽게 양보할 순 없다. 선박 원가에서 후판 비용 비중은 20% 가량으로 매우 높아 섣불리 가격을 정할 경우 전반적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도에 연말 환율 변수가 추가됐다. 대통령 계엄과 탄핵에 따른 정국 불안으로 환율이 급등해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근접했다. 철광석과 석탄 등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철강은 대표적인 고환율 취약 업종으로 꼽힌다. 수익성 방어가 더 절실해져 후판가격 협상 역시 한층 양보하기 힘든 상황이 된 셈이다. 코너에 몰린 철강업계는 최근 유통시장에 공급하는 열연 등 가격을 내년 1월부터 올리기로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결국 환율이 안정돼야 후판가격 협상이 그나마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15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 추세가 적어도 올해 9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조선업계가 호황일 때 후판 공급난 해소를 위해 후판 공장을 늘렸고 조선업계 불황일 땐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며 "근래 후판 가격은 지속적으로 내려간 상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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