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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나 엄마 없이 해본 게 없는데" 공항 전체에 유가족들 '손편지'(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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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딸·형제·자매에 못 했던 말 포스트잇에 눌러담아

수천장 포스트잇에 추모계단으로 변한 무안공항

뉴스1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인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 1층 계단에서 시민들이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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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스1) 최성국 박지현 이강 기자 = 무안국제공항에 희생자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말들이 '포스트잇 한장'에 빼곡히 적혔다.

1일 무안국제공항 1~2층 연결 계단에 적힌 절절한 사연들은 유가족·추모객 등 공항에 머무는 모두를 슬픔에 잠기게 했다.

이번 참사로 엄마를 잃은 한 유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어떤 말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썼다.

그는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러다가 우리 보고 싶어지면 꿈에 놀러와 줘. 다음에도 우리 엄마 해 줘. 내가 잘할게. 예쁜 딸내미가"라고 적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엄마 왜 나 두고 갔어. 많이 보고 싶어. 평생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어쩌지. 나는 아직 엄마를 보낼 준비가 안 됐어"라는 짧은 편지로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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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에 참배객들이 손수 적은 추모 메시지가 난간에 붙어 있다.(공동취재)2025.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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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던 한 아들은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조금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 새해 복 많이 받아"라고 적었다.

그는 "엄마 심심하지 않게 계속 연락할 테니 계속 나 지켜봐 줘"라며 편지를 끝맺었다.

한 유족이 적은 포스트잇은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엄마 오늘 나랑 놀러가기로 한 날인데 뭐하고 있어? 엄마 고생만 하다가 이제 좀 쉬네. 나 엄마 없이 해본 게 없는데 잘 할 수 있겠지? 나 뭐 하는지 엄마가 하늘에서 잘 지켜봐야 해. 엄마처럼 사람들 도우면서 살게. 엄마 보고 싶어. 사랑해"라고 눌러담았다.

한 유가족은 먼저 떠난 가족의 영면을 바라고 또 바랐다. 그는 "사랑하는 소중한 우리 언니. 갑작스럽게 이별을 해야 해서 너무 슬퍼. 그래도 언니가 걱정 없고 따뜻하고 밝고 행복한 곳에서 편히 쉬고 있다고 믿을게. 꼭 그렇게 되도록 매일 매일 기도할게.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는 편지글을 적어 내려갔다.

한 어린 유족은 친척에게 손편지를 썼다. 이 유족은 "손편지는 처음 쓰지만 한번 써볼게요. 애들 잘 보살필테니 거기서 걱정마시고 푹 쉬세요. 평생 기억할게요. 제 결혼식도 꼭 보러오세요"라고 했다.

부지불식간에 생때같은 자녀들을 떠나 보낸 부모들도 포스트잇에 한글자 한글자씩 그리움을 눌러 담았다.

한 유족은 "왜 엄마 아빠를 두고 너 먼저 가느냐.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다. 사랑하는 내 딸. 하늘에서는 행복해라"며 공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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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공동취재) 2025.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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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안타까운 마음과 위로도 빼곡했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그곳에서는 가장 편안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등의 문구들이 계단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는 계단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포스트잇과 펜을 나눠줬다. 이 씨는 "서울에서 혼자 내려왔다"며 "따뜻한 마음이 유가족과 희생자분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이 작은 추모의 메시지라도 보며 위로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고 말했다.

한편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로컬라이저와 공항 외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날 희생자 179명에 대한 신원 확인은 마무리됐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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