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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사설] 반가울 수만은 없는 역대 최대 수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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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전년보다 8.2% 증가한 6838억 달러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였던 2022년 6836억 달러를 넘어섰다. 무역수지도 2018년 이후 최대 규모인 518억 달러 흑자다. 경기 침체 장기화, 내수·투자 부진, 계엄·탄핵 사태 등 겹악재 속에서 일궈낸 수확이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쌍두마차였다.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전년보다 43.9% 증가한 1419억 달러를 수출했다. 자동차 수출은 2년 연속 7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도 ‘메이드 인 코리아’ 질주를 막지 못했다. 두 효자 품목이 전체 수출의 31%를 책임졌다.

‘수출 한국’ 위상도 높아졌다. 지난해 1∼10월 한국의 세계 수출액 순위는 두 계단 상승해 2022년 수준인 6위에 복귀했다. 11월 수출액이 증가했고 12월(613억8000만 달러)은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니, 최종 순위가 내려앉을 까닭이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우리나라(6위)와 일본(5위)의 수출액 격차는 역대 최저인 202억1200만 달러까지 좁혀졌다. 세계 5대 수출국 진입도 눈앞이다. 작금의 추세로만 보면 일본 추월의 꿈을 꾸는 것도 그렇게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이만한 낭보가 없다. 하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으니 입맛이 쓰다. ‘수출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부터 녹록지 않다. 이달 20일 들어설 미국 ‘트럼프 2기’가 최대 불안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무역 균형을 강조하며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예고했다.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고 중국산에는 60%까지 부과하겠다고 했다. 관세는 보복 관세, 갈등·분쟁을 부른다. 지구촌 차원의 재앙이다.

다자 통상외교도 문제지만 한미 양자 관계 또한 낙관하기 어렵다. 한국은 지난해 1~8월 기준 대미무역흑자 상위 10개국 중 8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의 수출 성과가 트럼프 관세 공격을 부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한미 동맹,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방패 기능을 할지 의문이다. 트럼프 폭주를 막을 정상급 채널도 없는 비상시국이니 우려는 더 크다. 산업연구원은 보편적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13.1%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렇게 되면 국가 차원의 재앙이다.

강달러 고착화도 부담이다. 작년 4분기 원·달러 환율(일일 종가 기준) 평균은 1398.75원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다. 환율 상승은 장단점이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중장기적으로 부담을 키운다. 전반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

국내외 환경이 어려울수록 국부 창출의 주역인 기업들이 더 활기차게 뛸 수 있어야 한다. 규제 혁파를 비롯한 각종 개혁이 시급하다. 글로벌 경쟁자들은 가뿐하게 뛰는데, 우리 기업들은 주렁주렁 모래주머니를 매달고 있다. 행정·입법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국회가 나서야 한다. 반도체특별법부터 처리할 일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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