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계정명·프로필 사진 변경…양손에 게임기, 로마 전투복장
밈코인 '케키우스 막시무스' 가치 900% 이상 랠리
일론 머스크 X 계정 화면/출처: X플랫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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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인터넷 상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머스크가 이번에 찾은 정체성은 인기 만화캐릭터 '개구리 페페'인데 고대 로마시대 전투사 복장으로 양손에는 비디오 게임기의 조이스틱을 들고 있다.
머스크는 3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X 계정상 이름을 '케키우스 막시무스(Kekius Maximus)'로 바꿨다. 막시무스는 최근 2편이 나온 할리우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사진은 로마 전투복장의 개구리 페페로 양손에 비디오 게임기의 조이스틱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머스크가 X 계정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새로운 페르소나(정체성, persona)는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즉각적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머스크 X계정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바꾼 것과 관련해 인터넷 추리 전문가들도 답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AFP에 따르면 단순히 웃음을 주기 위한 것 혹은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는 추측부터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들기 위한 또 다른 위장 시도, 온라인 혐오단체를 향한 제스처라는 음모론까지 다양하다.
먼저 케키우스 막시무스라는 이름은 두 가지를 혼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2000년 대히트작 글래디에이터에서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로마 장군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Maximus Decimus Meridius)'다. 다른 하나는 웃음을 의미하는 조어인 'LOL'(laughing out loud)의 변형으로 최근 인터넷상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KEK'(켁).
KEK(켁)은 웃음을 의미하는 한국어 의성어의 표기법 'ㅋㅋㅋ'의 영어식 kekeke(케케케)를 줄인 말, 어둠의 신, 암호화폐 비밀번호라는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우선 웃음을 의미하는 켁은 게임 문화에서 유래한 용어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플레이어들이 채팅에서 한 팀이 "LOL"을 보내면 상대 팀에 "KEK"이 표시되는 것을 발견한 후 인기를 얻게 됐다. 이후 서구권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 트위터, 트위치 등에서도 LOL 대신 KEK를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켁은 '가상의 백인 민족주의 신'을 상징하는 식으로 전이됐다는 설명도 있다. kek은 이집트에서 어둠의 신이라는 의미다. 비영리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AFP에 '아이텐티티 에브로파'와 같은 백인 민족주의 단체에서 로마 남성의 이미지를 사용했다며 "켁이 가상의 백인 민족주의 신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가 새로 올린 프로필 사진 속에 등장한 개구리 페페는 원래 2005년 나온 만화 '보이즈 클럽'의 캐릭터로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유명한 인터넷 '밈'으로 자리잡았다. 밈이란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전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요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처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2016년 선거 캠페인 당시 개구리 페페는 대안 우파(alt-right), 백인우월주의와 연계됐다. 대안 우파는 21세기 들어 미국과 유럽 등 서양권의 주류 보수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극우적 운동이다.
AFP에 따르면 명예훼손방지연맹(ADL)은 페페를 '증오의 상징'이라고 불렀지만 개구리 페페를 사용하는 경우 대부분은 '비편향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DF는 페페 관련 밈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인종 차별주의, 반유대주의 혹은 편협한 주제에 집중적으로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SPLC는 "조작자들은 무지를 주장하면서 온라인 혐오라는 하위 문화를 향해 '윙크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한다(give a wink and a nod)'"고 지적했다. 머스크 역시 마치 유머처럼 보이는 계정명과 프로필 사진을 통해 혐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페페라는 밈과 케키우스 막시무스라는 이름의 사용은 혐오 사상이 단순히 농담이라고 주장하는 온라인 문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혐오는 농담이 아니라고 SPLC는 강조했다.
머스크가 내놓은 새로운 정체성으로 암호화폐 시장도 들썩였다. kek은 key encryption key의 약어이자 '암호화된 열쇠를 푸는 열쇠'라는 의미로 암호화폐 용어로 쓰일 수도 있다.
코인게코 사이트에 따르면 머스크의 계정명과 프로필 사진 변경이후 밈코인 '케키우스 막시무스'의 가치는 31일 저녁 기준으로 900% 이상 급등했다. 과거에도 머스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소문은 자자하지만 특정 밈코인과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머스크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고문으로 정부 지출을 줄이는 임무를 맡은 정부효율성부서(DOEG, 도지)를 이끄는 장관으로 지명됐다. 머스크는 트위터로 불리던 X 플랫폼을 2022년 440억달러에 매입한 이후 대중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동시에 잘못된 정보를 증폭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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