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희생자들 유해 조각 600개 이상 수습
DNA 완료 전 시신 인수, ‘온전 유해’ 힘들어
DNA 완료 전 시신 인수, ‘온전 유해’ 힘들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지난 31일 전남 무안공항 사고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 대원들이 사고 여객기 꼬리 부근을 수색 및 조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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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지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께서 장례를 조금 미루더라도 시신 인수에 신중했으면 합니다”
류건덕 제천 스포츠센터화재 참사 유가족 대표(67)는 1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을 향해 이처럼 조언했다. 2017년 12월21일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졌다. 당시 아내를 잃은 류씨는 희생자 가족들의 심경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런 그가 ‘신중한 시신 인수’를 강조하는 것은 안타까운 경험 때문이다.
제천에서는 당시 경찰로부터 시신을 받아 장례를 치른 한 유족이 이후 한 달여 동안 3번이나 장례를 더 진행하는 벌어졌다. 당시 숨진 10대 A양은 시신이 크게 훼손된 채 수습됐다.
경찰로부터 시신을 넘겨받은 유가족들은 화장 후 유골을 안치했다. 하지만 이후 현장 감식 과정에서 유해 일부가 발견됐고 DNA 분석 결과 A양으로 확인됐다. 가족들은 유해를 넘겨받아 또다시 화장하고 기존 유골함에 합장했다.
고통스러운 상황은 끝이 아니었다. 참사 현장에서는 이후에도 A양의 유해 일부가 2번이나 추가로 발견됐고 그때마다 가족들은 화장과 ‘유골 합장’을 반복해야 했다.
류씨는 “A양 유가족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유해를 최대한 온전한 모습으로 인수해야 한다. 인수 과정에서 고인들에게 누가 안 되도록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에 대한 신원 확인과 시신 인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희생자 유해는 처참한 상황이지만 경찰은 전국의 과학수사관 400여명을 총동원해 지문과 DNA 분석을 통해 사고 나흘째인 이날 오전까지 179명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
이는 다른 나라 유사 사고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빠르다. 경찰청이 파악한 사례를 보면 2015년 프랑스 저먼윙스 여객기 추락 사고에서 사망자 150명의 신원 확인에 6주가 걸렸다. 2022년 중국 동방항공 추락 사고에서도 132명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7일이 소요됐다.
신원이 확인되면서 희생자 가족 일부는 시신을 인수 해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는 사고 현장에서 600건이 넘는 ‘희생자 유해 일부’가 수습됐다는 점이다. 이 중 15㎝ 이상 크기로 신체 부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560여 건에 달한다.
시신을 가능한 한 온전하게 수습하고 혹시 모를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유해 조각들도 모두 DNA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경찰은 “DNA 분석을 완료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DNA 분석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유가족이 요구하면 시신을 인도하고 있다. 시신이 인도된 가족에게는 이후 유해 일부에서 신원이 확인돼도 추가로 인도되지 않는게 원칙이라고 한다.
중대본은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이런 유해를 화장한 뒤 한데 모아 추모 시설 등에 봉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DNA 분석 완료 전에 시신을 인수 하면 ‘온전한 유해’는 영영 찾을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온전한 유해 수습을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 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이 신원만 확인되면 유해 일부라도 빨리 달라고 하는 상황인데, 나중에 다른 유해 부위가 발견되면 유족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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