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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우크라 경유 러 가스 운송 중단…유럽 에너지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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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한 마을에 설치된 가스관 일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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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공급돼온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새해 첫날을 기점으로 수입이 중단됐다. 2019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체결했던 가스 운송 협정이 5년차인 31일 만료되면서다. 몰도바 일부 지역은 난방과 뜨거운 물이 끊기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에너지 위기 발생 가능성에도 경고음이 울린다.



1일 가스프롬은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의 “반복적이고 명시적인 거절”로 가스 운송 협정이 연장되지 않고 기한이 만료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수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우렌고이를 거쳐 슬로바키아 등으로 가는 이 가스관은 50여년간 유럽으로 가스를 보낸 주요 수송로 구실을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에도 3년째 운영된 마지막 두 가스관 중 하나였다. 가스 운송 중단을 하루 앞둔 31일 기준 유럽의 가스 가격은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 거래에서 1000세제곱미터(㎥)당 53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3년 11월27일 이후 최고치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번 협정 만료로 러시아 가스 수입이 중단되면 유럽연합 전체 가스 수입량은 5%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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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줄이며 미국과 노르웨이, 카타르 등 새로운 수입처를 찾아 나섰고, 러시아 가스 수입 비중은 2021년 40%에서 2023년엔 10%로 대폭 줄었다. 집행위원회는 협정 종료에도 대체 시장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집행위는 31일 “유럽의 가스 인프라는 대체 경로를 통해 러시아산이 아닌 가스를 중동부 유럽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유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해온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이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가스 협정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2일 러시아를 방문했던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27일 우크라이나가 가스 경유를 중단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공급 중단 등의 보복 조처를 경고했다. 헝가리와 세르비아는 러시아와 튀르키예를 잇는 튀르크스트림을 통해 여전히 가스를 공급받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가스관 중단으로 생긴 손실분까지 충당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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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협정 연장을 반대했다. 싱크탱크인 브뤼헐은 지난해 10월 낸 전망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도 이번 협정 종료로 국내총생산(GDP)의 0.5%에 해당하는 가스 운송에 대한 수수료를 잃게 되고, 유럽의 에너지 파트너라는 역할이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 가스가 우크라이나 가스관으로 공급되지 않는 이상, 현재까진 큰 피해를 보지 않았던 가스관이 러시아의 새로운 군사적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협정 종료로 우크라이나는 한해 8억달러(약 1조1800억원)의 운송비를 벌지 못하고, 러시아 가스프롬은 50억달러(약 7조359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이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으로 몰도바도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몰도바에서 친러시아 지역으로 분류돼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선 31일 각 가정에 공급되는 난방과 온수가 끊겼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인구 30만인 이 지역도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러시아 가스를 받았는데, 협정 만료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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