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2장 대신 사다줘”…20억 당첨되자 말바꾼 복권가게 주인, 결국 소송까지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노원구의 한 복권판매점 앞에서 시민들이 로또 구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복권가게 주인에게 복권 2장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부탁하고 돈을 건넸는데, 그 중 한장이 1등 20억원에 당첨된 일이 중국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가게 주인은 갑자기 말을 바꾸고 다른 사람의 복권 사진을 잘못 보냈다고 발뺌했다. 이 말을 믿었지만 두달 뒤 사실이 아닌 것을 알게 돼 결국 법정 분쟁으로 번졌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지난해 12월2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베이징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20위안(약 4000원)을 주고 대리 구매한 복권이 1등에 당첨됐지만 대신 구매해준 복권가게 주인이 말을 바꿔 당첨금을 받지 못했다며 법적 분쟁을 벌인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20억 복권 당첨자인 중국 북부 산시성 시안시 출신 야오씨는 지난 2019년 7월17일 복권가게 주인 왕씨에게 20위안(약 4000원)을 송금하고 복권 2장을 구매해 달라고 부탁했다. 야오씨는 정기적으로 복권을 구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야오씨의 부탁을 받은 왕씨는 무작위로 복권 2장을 구입했고, 야오씨에게 구입한 복권 사진을 전송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왕씨가 야오씨의 부탁을 받아 대리 구매해 사진으로 전송한 복권 중 한장이 1등에 당첨됐다. 당첨금만 1000만 위안(약 20억원)에 달했다.

야오씨는 사진으로 받았던 복권을 실수령하기 위해 왕씨를 찾았지만, 왕씨는 “당첨된 복권은 사실 다른 사람이 산 건데, 당신에게 사진을 잘못 보냈다”고 주장했다.

왕씨는 그러면서 야오씨에게 정신적 피해 보상으로 15만 위안(약 3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고, 합의 후 휴대전화의 모든 채팅 대화 기록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야오씨는 본인의 잘못도 어느 정도 있다고 여겨 그가 제안한 15만 위안을 받고 휴대전화 기록을 삭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두달 뒤 야오씨는 1등에 당첨된 복권의 당첨금을 수령한 사람이 왕씨의 사촌 가오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SCMP에 따르면, 가오씨는 지난 2019년 9월 산시성 복권관리센터로부터 복권 당첨금에서 세금을 공제한 800만 위안(약 16억원)을 수령했다.

이에 야오씨는 왕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복권의 진짜 주인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서 시안시 인민법원 재판부는 지난 2021년 10월 야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복권의 주인이 야오씨라는 주장이 받아들인 셈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가오씨가 복권 1등 당첨금을 야오씨에게 반환하고, 왕씨는 이 당첨금에 대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피고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올 7월 고등인민법원은 가오씨가 복권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결국 야오씨는 이번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그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피고 측의 은행계좌를 압류했지만 잔액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자택 역시 경매로 넘어갔지만 아직 낙찰이 되지 않았기때문이다.

야오씨는 “복권에 당첨되기 전에는 평범한 삶을 살았는데, 이번 소송으로 저축한 돈을 모두 써버렸고 변호사 비용으로도 수십만 위안을 부담했다”며 “이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야오씨 측 변호사는 법원에 복권 당첨금의 행방에 대해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