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금융권 알뜰폰 점유율 60% 제한 '초읽기'
새로운 '메기' 등장 막아…중소 알뜰폰 갈아탈지 미지수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 시장점유율/그래픽=이지혜 |
이동통신사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및 금융사 등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MVNO) 시장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법안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기업 알뜰폰의 확대를 막아 중소 알뜰폰의 자생력을 키운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이통3사 과점 구조만 강화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알뜰폰의 성장 발판이었던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도 10년 만에 폐지되면서 알뜰폰 시장 자체가 침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알뜰폰 시장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통3사·금융사 등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가입자가 전체 60%를 넘으면 신규 가입자 모집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올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부의되면 6개월 이후부터 시행된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대기업 알뜰폰의 신규 가입자 유치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47%다. △SK텔링크 7.4% △KT엠모바일 17.1% △KT스카이라이프 4.4% △LG헬로비전 7.3% △미디어로그 10.8%다. 여기에 국민은행 계열사 KB리브모바일, 삼성 계열의 에스원안심모바일 등을 더하면 점유율은 51.8%까지 늘어난다. 우리은행도 알뜰폰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약 8개 사업자가 남은 8.2% 점유율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법 취지와 달리 이통3사 과점체계만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비를 낮추려면 현실적으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등장해 공격적인 요금경쟁과 마케팅에 나서야 하는데, 이번 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대형 알뜰폰 사업자의 신규진출이 막혀서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진출을 막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이통3사 대기업의 기득권 보호용 법안으로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알뜰폰 가입자 "보조금 많은 이통3사로 갈아탈 것"
━
/사진=컨슈머인사이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기업 알뜰폰을 규제한다고 이용자들이 중소 사업자로 갈아탈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이통사(MNO)로 갈아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이통3사 요금도 저렴해진 데다, 단통법도 10년 만에 폐지되면서 올해부턴 통신사 보조금 경쟁이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교체할 예정인 알뜰폰 이용자의 48%가 '단말기 보조금이 많다면 이통3사로 이동하겠다'고 답했다.
알뜰폰 시장은 성장이 둔화하는 추세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949만973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2023년 연성장률(12월 가입자 기준)이 20%인 점을 고려하면 반토막난 수치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를 이끌던 세종텔레콤은 계속된 적자에 관련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LG헬로비전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알뜰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대중소를 막론하고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토로한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대기업의 시장점유율 규제보단 올해 4월 일몰되는 '도매대가 사전규제' 부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협상력 낮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정부가 이통사의 망 임대료를 정하는 제도다. 올해 4월부턴 알뜰폰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이통사와 협상하고 정부는 사후규제하는 방식으로 바뀌는데, 영세 알뜰폰 사업자는 파워게임에서 밀려 망 임대료가 급증할까 우려한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 도매대가 사전규제 부활 논의는 빠졌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