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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AI 신약’ 임상 4배 증가… 글로벌 제약사·빅테크 줄줄이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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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세상을 뒤바꾸다] [1] 글로벌 시장 규모 年 40% 성장

조선일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관련 이미지. /미국 워싱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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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이미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생명공학 업체 ‘인실리코 메디슨’은 최근 특발성 폐 섬유화증 치료제인 ‘INS018-055′의 임상 시험 2상 초기 결과를 발표했다. 폐의 섬유화를 중단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특발성 폐 섬유화증은 폐 조직이 두껍고 뻣뻣해지면서 숨을 쉬기 힘들어지는 만성 질환이다. 기존에도 치료제가 있었지만, 발병 원인이 워낙 다양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치료제에 쓰이는 단백질 구조 분석에만 수년씩 걸렸다. 하지만 인실리코 메디슨은 2019년 AI를 이용해 단 46일 만에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만약 임상 3상까지 통과한다면 AI가 치료 표적부터 약물 설계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한 최초의 ‘AI 신약’이 된다.

신약 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활발하다.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리커전은 신경섬유종증(피부와 중추신경계에 종양·반점 등이 생기는 증후군) 치료제(임상 2상) 가족선종성폴립증(유전성 대장암) 치료제(임상 2상) 등 AI 개발 신약 후보 물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3년 리커전 파마슈티컬스에 5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알파폴드를 내놓은 딥마인드의 모기업 알파벳은 아예 자체적인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 랩스’를 세웠다. 2024년 초 일라이 릴리와 노바티스는 아이소모픽 랩스와 각각 17억달러, 12억달러 규모의 신약 물질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도 AI 신약에 대한 임상 시험이 잇따라 시작됐다. 현재까지 후보 물질 총 9개가 임상 시험 중이다. 산테카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 온코크로스, 닥터노아바이오텍 등 바이오 벤처들이 뇌졸중, 치매, 아토피, 암 등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을 AI로 개발하고 있다. JW중외,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 국내 대형 제약사들 또한 자체 AI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바이오 업체들과 협업하면서 AI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약 개발에는 임상을 포함해 10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AI를 활용한 신약은 이 기간을 대폭 줄여준다”며 “결국 개발 비용도 낮아지고 다양한 신약 개발이 가능해지는 만큼 이제 제약에서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AI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노피는 인실리코 메디슨과 12억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머크·바이엘 등 빅파마는 AI 신약 개발사 ‘리커전 파마슈티컬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RNA 전문 업체 지네틱 립과 최대 4억9000만달러의 AI 신약 개발 계약을 맺었다. 머크는 자체적인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개발해 다른 제약사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9억270만달러(약 1조3300억원)에서 오는 2028년에는 48억936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AI 신약 개발을 통해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약물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2020년 17건에서 2023년 67건으로 4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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