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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알파고 쇼크 10년… AI, 세상의 판을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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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세상을 뒤바꾸다] [1]

수천년은 걸릴 생명과학 연구 4년 만에 완료, 일상까지 바꿔

스스로 진화하는 AI도 등장… 산업 전분야 파괴적 혁신 주도

조선일보

지난달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약대에서 연구원들이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 모습.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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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쟁과 기후 위기, 정치·경제 불안 등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일관된 흐름으로 세계를 움직인 것은 인공지능(AI)이었다. AI는 기존에 학습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내놨다. 이제는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어 학습하고, 인간처럼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기술·산업뿐 아니라 과학·예술·일상의 영역까지 파고들어 세상을 뒤바꾸고 있다.

지난달 찾은 서울대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의학과 이주용 교수 연구실. 컴퓨터 한 대당 모니터가 2~3대씩 설치된 책상이 쭉 늘어서 있었다. AI로 다양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단백질은 인간 세포의 모든 주요 기능을 수행하는 생명의 근원이다. 이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에 AI를 앞세워 도전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예전에 단백질 설계는 사람이 하나하나 직접 했지만, 지금은 AI가 굉징히 빠른 속도로 한다”며 “신약과 백신 개발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 기술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6년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 쇼크’가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대국 후 런던으로 돌아오자마자 단백질 구조 분석 AI 개발에 착수했다. 이 AI가 2018년 첫선을 보인 ‘알파폴드’다. 알파폴드는 인간이 하면 수천 년 걸릴 단백질 2억종의 구조 예측을 4년 만에 끝냈다.

알파폴드는 AI가 바꾸어 갈 세상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AI는 기존의 기술과 이론, 상식으로는 불가능처럼 보였던 한계들을 돌파하고 있다. 지난해 AI는 지금까지 찾아내지 못했던 1000여 개의 소행성을 새로 발견해 우주의 지평을 넓혔다. 기상 과학이 한계라고 했던 정확도 높은 예보 기간 7일을 15일로 늘렸다. 전문의보다 더 정확히 질병을 진단한다. 2025년은 사람의 업무를 대신하는 ‘AI 에이전트’의 본격 등장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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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바둑 AI(인공지능) ‘알파고’는 인류가 1000년 이상 축적한 기력(棋力)을 한순간에 뛰어넘었다. 2022년 말 첫선을 보인 오픈AI의 챗GPT는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AI 연구 성과에 주어진 것은, AI를 인류 문명의 동인(動因)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꼽힌다. 노벨위원회는 “AI가 과학·공학·일상생활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며 AI의 파급력을 평가했다.

◇과학 연구의 한계를 확장

AI는 과학 연구에서 기존 방법론의 한계를 허물며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거의 모든 물리학의 모델링과 분석을 위한 도구로 AI가 쓰이고 있다. 생명의 기초를 연구하는 생물학에도 필수 도구가 됐다. 생명의 구성 요소를 설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소재를 비롯한 신물질 개발과 우주 탐사까지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AI를 통해 ‘퀀텀 점프(비약적 도약)’를 이뤄가고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 AI를 개발해 노벨 화학상을 탄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단백질 상호작용을 넘어서는 전체 세포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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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왼쪽)가 지난달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화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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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변수가 복잡하게 작용하는 기상 예측의 한계도 AI는 뛰어넘고 있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의 기상 예보 AI ‘젠캐스트(GenCast)’는 정밀 예보 기간을 15일로 확장했다. 과학적 기상 예보를 시작한 이후 60년간 정밀 예보의 한계 기간으로 여겨져 온 7일을 뛰어넘은 것이다. 15일간의 세계 일기 예보를 도출하는 데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엔 예보 AI ‘그래프캐스트’가 당시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의 경로를 정확히 예측했다. 수퍼컴퓨터로 분석한 예보를 앞선 결과다.

연구자가 논문의 방향을 제시하면, AI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논문을 작성하는 AI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가설 설정에서 논문 작성까지 AI가 과학 연구의 전 과정을 도맡아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인간을 대체하는 AI

멀게만 느껴졌던 인간의 일을 대신 해줄 로봇도 AI 등장으로 현실로 다가왔다. BMW는 미국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2’를 투입했다. 기존 로봇과 달리 학습을 통해 배우지 않은 자유로운 동작도 수행할 수 있도록 AI 추론 능력이 탑재된 로봇이다. 이전 모델보다 속도는 4배 빨라졌고, 정확도는 7배 향상돼 하루 1000건의 부품 조립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2026년 출시한다.

그림·음악·소설·영화 등 문화 창작의 영역에도 AI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AI가 단순히 인간의 보조 역할을 넘어 창작의 주체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AI가 만든 창작물들은 완성도와 예술성까지 갖춘 작품이 많아 미술·문학·음악 등 각종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인간만의 영역으로 생각했던 예술 창작의 경계를 AI가 허물어 가면서 창작 주체를 구별할 수 없는 시대가 사실상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오픈 AI가 공개하기로 한 추론형 AI는 이보다도 한발 더 나아가 사전 학습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존하지 않고도 새로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이른바 범용인공지능(AGI) 시대 진입을 목표로 하는 AI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김정호 카이스트(KAIST) 교수는 “AI가 초래하는 일상의 혁명이 올해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AI의 파괴적 혁신이 두드러질수록 위험성을 통제해야 한다는 반발도 강해져 문명의 충돌과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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