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대행, 헌법재판관 2명 임명… 정치 불확실성 제거 단초 돼야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행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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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을 잃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4%가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안을 인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각되어야 한다는 응답(25.4%)의 3배에 가깝다. 헌재의 탄핵 판단과 무관하게 윤 대통령이 하야(下野)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70.8%에 달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내란죄를 적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7.2%가 동의했다. “내란죄 적용은 안 된다”는 응답은 27.8%였다.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비상계엄 때 윤 대통령이 무장 병력을 국회와 중앙선관위로 투입하고, 체포대상자 명단을 만들어 배포한 것을 내란 행위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부정 선거 의혹 해소를 위해 비상계엄이 필요했다”는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가 72.3%에 이르렀다.
이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경험했고, 우리 국격에 걸맞은 국정을 기대하는 평균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내놓을 수 있는 상식적인 답에 가깝다. 우리 국회가 정치 싸움에 몰두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엄 선포 후 무장 병력을 국회에 보내 헌정질서를 멈춰 세우려는 대통령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나. 전체 응답자의 27% 규모인 보수 응답자 중에서만 탄핵 반대(53.4%)가 찬성(41.9%)보다 다소 높았을 뿐, 중도층 응답자 가운데서도 77.0%가 헌재의 탄핵안 인용에 찬성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계엄과 탄핵, 항공기 참사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 을사년(乙巳年) 새해 첫날을 맞았다. 지금도 주말이면 서울 광화문광장 양쪽에선 탄핵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수만 명이 시위하고 있다. 이제 이런 갈등의 정치를 넘어서야 할 때가 왔고, 그 출발은 대통령 수사와 탄핵 심판이라는 중차대한 절차를 안정적으로 마치는 일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임명을 미루면서 갈등의 핵이 됐던 헌법재판관 3명 가운데 2명을 어제 임명해 정국에 숨통을 틔웠다. 9명 정원 가운데 6명뿐이던 재판관이 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9인 완전체는 아니지만 대통령 탄핵 심판은 일단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가 정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8년 만에 다시 탄핵 심판대와 법정에 세우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민주적 시스템은 이런 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통령에게 경종을 울리도록 하고 있다. 여야 모두 이 과정을 당리당략보다는 역사에 기록을 남긴다는 관점에서 특검 등 남은 쟁점들을 협의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 역사는 직진한 일만큼이나 굴곡진 길로 접어든 일도 많았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적도 있고, 멈춰 서거나 에둘러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나, 지금 윤 대통령이 만든 국정 공백 사태가 그런 뒷걸음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앞으로 전진해 있는 우리를 발견하곤 했다.
2024년 12월의 계엄과 탄핵, 또 거슬러 가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의 정치와 국정에는 나무의 옹이 같은 구석이 많았다. 대통령의 공사 구분도 약했고, 대통령 부부의 오판에 국정이 얼룩지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을사년 새해에 작금의 위기와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호는 얼마든지 본궤도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2025년을 혼란과 탄식 속에 맞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도록 올 한 해를 온전히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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