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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르포]"아들아, 아들아..." 2024년의 마지막 날, 슬픔에 잠긴 무안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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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추모, 눈물로 채워진 합동분향소

파이낸셜뉴스

12월 31일 오후 7시께 전남도 무안국제공항 1층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족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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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무안=최승한 기자] 2024년의 마지막 날,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깊은 슬픔 속에 첫 분향식을 열었다. 이날 오후 7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유가족과 시민들, 정부 관계자들의 눈물과 애도의 물결이 공항 로비를 가득 채웠다.

오후 2시부터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길어진 준비 작업으로 분향식은 밤 7시가 되어서야 시작됐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공항 1층 로비를 오가며 분향소 개방을 기다렸다.

유가족은 장막이 처진 분향소 앞을 지나기만 해도 눈물을 참지 못했고, 분향소 개방 순간 울음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유가족들이 질서 있게 추모할 수 있도록 길을 정리하며 분향소 운영을 도왔다.

분향소 단상에는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자리했다. 정장을 입은 추모식 관계자들은 유족들에게 하얀 국화를 나눠주며 묵묵히 예를 갖췄다. 유가족들은 단상에 가까이 다가가 희생자의 사진을 바라보거나 명패를 쓰다듬으며 참사로 인한 아픔을 온몸으로 드러냈다.

한 어머니는 희생자의 사진 앞에서 “아들아, 아들아”를 반복하며 흐느꼈고, 또 다른 유가족은 사진을 휴대폰에 담으며 희생자를 잊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어리둥절해한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분향소를 떠나는 한 가족은 아픔을 억누르려 했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분향소를 떠나는 길목에서도 많은 이들이 멈춰 섰다. 한 50대 남성은 단상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고, 형제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주는 한 움큼의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취재진은 이날 유가족의 감정을 헤아리며 과열된 취재 경쟁에서 한발 물러섰다. 분향소 내부 촬영은 단 한 대의 카메라로 제한됐고, 기자들은 정면 촬영을 자제하며 흐림 처리된 이미지를 사용했다. 단독 취재보다는 협력과 배려로 이루어진 보도는 현장의 엄숙함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분향식을 빠르게 쫓던 기자들의 눈과 손도 어느새 붉게 물든 눈시울을 연신 훔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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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오후 8시 20분께 전남도 무안국제공항 1층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 분향식이 끝나고 일반 조문객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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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의 분향이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뒤, 일반 조문객들의 추모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조용히 국화를 내려놓고 묵념하며 희생자를 기렸다. 취재 카메라 뒤에서 분향식을 보던 한 시민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지 조용히 자리를 뜨기도 했다.

첫 분향식은 단순히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를 넘어, 남겨진 이들이 슬픔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무안공항 합동분향소는 정부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 내달 4일까지 운영된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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