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AI委,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 3년 안에 ‘AI G3’ 도약 목표
AI 기반한 국가 대개조 초석… 기술 활용과 인프라 확충에 집중
생성형 AI 등장 충격이었지만 특화된 ‘분야별 AI’ 더 진전할 것
‘기술개발 지원’ ‘데이터 확보’ 양대 축에 정책 우선순위 두어야
"인공지능(AI)은 인류 문명사를 바꾸고 있다. AI는 더 이상 단순 기술발전이 아닌 국가시스템 대개조라는 관점에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태재대 총장)은 "AI위원회는 단순히 기술발전을 논의하는 곳이 아니다. AI가 문명사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사회와 시스템에 스며들어야 하는지, 그 초석을 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순한 기술경쟁력을 넘어 사회시스템 대개조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태재대 총장)이 서울 종로구 태재대학교 집무실에서 국가 AI 정책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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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출범한 국가AI위원회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AI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최상위 컨트롤타워다. 위원회는 3년 내 AI 3대 강국(G3) 도약을 목표로 올해 1·4분기 내 국가 AI 전략을 수립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한국이 AI 기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다. 반도체, AI 특허, 논문 등에서 한국은 강점을 갖춘 만큼 잠재력이 발휘된다면 'AI G3' 목표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고도 했다.
특히 태재대 총장이기도 한 염 부위원장은 '교육의 본질을 재정립할 도구'라며 AI와 교육의 결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AI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을 개인화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교육은 형식적 지식 암기에서 벗어나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육성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염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국가AI위원회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지난 3개월의 여정은.
▲위원회는 기술·혁신, 산업·공공, 인재·인프라, 법·제도, 안전·신뢰 분과 등 5개 분과위원회와 3개의 특별위원회, 글로벌 자문회의 등 체제를 확립했고 효율적인 운영을 지원할 정부 부처 지원단 진용도 꾸렸다. 이런 시스템이 마무리되기 전에 이미 운영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다. 위원회 출범 전에는 우리나라의 AI 기술 발전, 산업의 영향 등에서만 얘기를 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은 AI가 문명사를 바꾸는 대전환기다. 이것은 사회, 정치 등 국가시스템 대개조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의미다. 조선이 개국할 때 유학자·문인 중심으로 국가체계를 설계했던 것처럼 우리는 AI를 기반으로 한 국가 대개조의 초석을 놓고 있다. 국민이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두려움이 아닌, 마치 자동차처럼 익숙하고 친근한 도구로 받아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AI컴퓨팅 인프라 대폭 확충도 위원회의 주요 어젠다다.
▲예산 65조원은 모두 민간투자다. 정부는 세제혜택이나 금융지원, 정책적 지원 역할을 맡는다. 지금은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닌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형식이다. 다만 2조원 정도를 투입해서 국가AI 컴퓨팅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민간의 AI컴퓨팅 인프라를 위한 것이다. 대학 연구나 스타트업에서 활용 가능한 AI 연구 등을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여기에서 데이터 자원을 활용해서 각종 실험을 해볼 수 있다. 대학에서도 연구를 할 수 있다. 올 초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AI G3 도약이 목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는데.
▲영국의 토터스미디어 조사를 보면 2023년과 2024년 우리 순위는 6~7위다. 미국이 압도적인 1위, 그리고 중국이 2위다. 미국의 성적을 100으로 본다면 중국이 54, 우리가 28 정도다. 이 조사에서 3위부터 7위까지는 비슷한 점수다. 그래서 우리가 초석을 잘 놓고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3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이 앞서고 있고, 기술특허나 연구 성적도 탁월하다. 우리는 문화적 힘도 강하다. 젊은 층들이 IT 산업에 관심이 뜨겁다. 물론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AI 기술 발전에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생성형AI가 등장하면서 거의 신대륙을 막 발견한 상황이다. 오픈AI나 구글 등과 비교한다면 막대한 자본으로 대형언어모델(LLM), 생성형AI 개발에 앞서나가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런 것들은 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위에서 자동차가 얼마나 잘 달리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이미 만들어진 인프라 위에서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앞으로 교육, 법률, 의료, 공공 등 사회 모든 분야에 AI가 스며들 것이다. 우리가 분야별로 활성화한다면 많은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간다면 G3도 가능하지 않겠나. 그런 측면에서 (위원회는) 이 같은 AI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 확산이 될 것인가에 집중하려 한다.
―AI 시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은데.
▲AI 기술 발전 단계를 5단계로 나눈다고 하면 우린 아직 1 정도밖에 오지 못했다. 생성형AI 등장은 상당한 충격이었지만 지금 현재 수준이 그렇게 정교한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제가 생성형AI보다 더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 분야별 AI다. 인간의 모든 데이터를 쏟아넣는 LLM의 경우 환각현상(AI가 거짓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제공하는 현상)이 문제가 되지 않나. 그러니까 한 조직 내의 여러 가지 데이터를 학습시켜 분야별 특성화를 갖춘 AI가 앞으로는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얼마나 많은 활용이 가능하겠나. 이미 우리나라 대형 로펌 10곳은 자체 판례 데이터AI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직 단위별로 AI 활용이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고 본다. 각 조직별 특화된 AI는 보안이나 활용도 면에서 훨씬 더 중요하고, 앞으로는 이런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
―진통 끝에 AI기본법이 국회를 겨우 통과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여야가 모두 우선순위에 공감하고 있었다. AI 발전에서 지금은 정말 중요한 시점이다. 글로벌에서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데 우리만 여기서 멈춰 있으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이것은 정치와는 상관없이 가야 하는 것이라는데 우리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봤다.
―한국은 유럽에 이어 AI기본법을 가진 2번째 국가가 됐다. 하지만 고영향 AI 등은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AI기본법은 기본틀이다. 앞으로 후속법이 계속 나올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조정이 될 것으로 본다. 고영향AI 가이드라인도 필요한 것은 맞다. 다만 글로벌도 그렇고 AI 안전이 주요 화두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엔진이나 액셀레이터 기술 개발 못지않게 브레이크 시스템도 중요하다. AI도 그렇다. 윤리나 안전을 AI 안에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어렸을 때 도덕이나 윤리를 가르치는 것처럼 AI도 이 같은 윤리규범을 학습시켜야 한다. 보통 자동차가 나오고 사람들이 교통시스템을 만들지 않나. 그런 것처럼 이런 시스템을 다 만들고 빨간불에선 정지해야 한다는 등의 규범이 AI 에서도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AI 발전을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는.
▲두 가지 축이 있다. 한 축은 기술개발 지원정책이다. 민간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또 다른 하나는 데이터다. AI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확보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강해서 막힌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 병원에서 쌓인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면 동남아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 법률 서비스 시장도 마찬가지다. 판례가 공개돼 학습이 가능해지면 재판 속도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 등 여러 이해관계가 있어 어려운 부분인데, 이걸 푸는 게 국가AI위원회의 굉장히 큰 숙제다.
―AI 시대를 맞아 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진단하나.
▲인류 문명사에서 첫번째 퀀텀점프가 인쇄술 등장이라면 두번째는 AI다. 대면 방식으로만 전달해왔던 지식은 인쇄술 등장으로 무한대로 확산됐다. 르네상스, 종교개혁, 시민혁명, 산업혁명이 순차적으로 일어난 것도 인쇄술 등장이 단초다. 똑같은 의미로 이제는 무한대로 재생산이 가능한 AI에 의해 지식이 전달된다. 우리는 현재 어떤 혁신적·객관적 지식을 잘개 쪼개서 하나만 깊게 잘 알면 한 30년 먹고살 수 있었다. 대학 전공 하나로 취업하듯이 말이다. 이제 그런 형식적인 지식은 AI가 다 가지고 있으니 우리 머릿속에 넣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AI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어떤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로 개발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교육 핵심이다.
■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 약력 △1955년생 △1978년 고려대학교 법학대학 행정학 학사 △1989년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2015~2019년 고려대학교 제19대 총장 △2019년~현재 SK주식회사 이사회 의장 △2020년~현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행정학과 명예교수 △태재대학교 총장(현) △2024년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현)
정리=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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