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도 점심시간 이용해 조문…"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야"
제주항공 사고 희쟁자들 추모하는 시민들 |
(전국종합=연합뉴스) "울산에서 전남 무안까지 갈 수는 없어 합동분향소에라도 왔습니다. 희생자분들의 넋을 같이 위로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어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31일 전국 80여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로 온종일 이어졌다.
울산에 사는 마정현(76)씨는 이날 오전 울산시의회 시민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이번 사고로 어린이들까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울먹였다.
울산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은 탁자 위에 놓인 국화를 하나씩 들어 희생자들에게 헌화한 뒤 잠시 묵념했다.
언론 보도로 알려진 사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떠올라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거나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추모객도 많았다.
국화가 수북이 쌓인 분향소의 방명록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쓴 애도 문구가 가득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이날 오전 추모객 200여명이 찾아 애도했다.
직장인 박모(34)씨는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점심시간을 이용해 분향소에 왔다"고 말했다.
헌화하는 시민들 |
경기 오산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도 이날 500명이 넘는 시민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오산에 살던 초등학생을 포함한 일가족 4명도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외할아버지의 팔순을 기념해 태국 여행을 떠났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오산시청 분향소에서 헌화한 박모(88)씨는 "30여년 전 퇴직할 때까지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했다"며 "내가 근무할 때도 항공기 사고가 잦았는데 또 참사가 빚어져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희생된 오산시민 4명은 효녀와 효손들 아니냐"며 "이런 사람들이 참변을 당해 더 가슴이 아프다"고 흐느꼈다.
이 초등생을 추모하기 위해 화성오산교육지원청 본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오전부터 교육지원청 직원들이 몰렸다.
정광윤 교육장은 분향소를 찾아 추모한 뒤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그들의 삶이 기억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무관 승진 동기 5명이 함께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전남도교육청에도 합동 분향소가 마련돼 동료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의 입직 시기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교직에서 만나 10여년째 각별한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분향소서 헌화하는 경찰들 |
전남 무안군 현경면 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 179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가 20여m 길이의 헌화대를 따라 놓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패 앞에는 추모객들이 놓은 국화가 쌓였고, 분향 대기줄도 길어졌다.
서울에서 혼자 무안 분향소를 찾은 황선화(25)씨는 "세월호 참사 때 부모님이 안산분향소에 데려간 기억이 나 일단 무안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곳에 연고도 없고 아는 분도 없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타깝고 애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무안종합스포츠파크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 3천857명이 찾았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들은 서울시청 본관 정문 옆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오 시장은 헌화 후 묵념으로 희생자를 기린 뒤 "애도의 마음을 표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마련했으니 많은 시민이 함께 마음을 모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청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전날부터 이틀 동안 유정복 시장과 김도형 인천경찰청장 등 680명이 다녀갔다.
부산시와 16개 기초자치단체는 전날부터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청사에 조기를 게양했고, 공무원들은 근조 리본을 달고 근무했다.
전국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은 이번 사고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수원시 공무원 이모(48)씨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가 사회 각 분야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새해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바랐다.
6살 딸과 함께 부산시청 합동분향소를 찾은 40대 주부는 "비극적인 사고로 세상을 등진 항공기 승객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며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다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김 김동철 강태현 김도윤 최해민 김선호 이승형 김근주 전창해 전지혜 한종구 장덕종 윤보람 손현규 기자)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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