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경영진이 지난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여전히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제주항공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도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다.
31일 국토교통부는 이날 무안공항 청사에서 탑승자 가족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사망자 179명 가운데 174명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며 “지문 대조로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32명 중 1차 DNA 대조에서 17명, 2차로 10명을 각각 확인했다. DNA 불일치 등으로 추가 확인 중인 인원은 나머지 5명”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등 사고 수습 당국은 시신을 무안공항 격납고에 마련한 임시 안치소 냉동시설에 보존 중이며 수사기관의 검시 등 절차를 마치는 대로 가족에 인도할 방침이다.
다만 유가족들은 제주항공과 정부 당국을 향해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규명 요구에 나섰다.
특히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를 포함한 제주항공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29일 제주항공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탑승객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로서는 사고의 원인은 가늠하기 어렵고 관련 정부 기관의 공식적인 조사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빠른 사고 수습과 탑승자 가족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정부와 함께 사고 원인 규명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
하지만 김 대표는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지 약 11시간이 흐른 29일 오후 8시쯤 무안국제공항을 방문해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당시 한 유가족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울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1시간 40분이면 된다”며 “본인의 가족, 피붙이가 죽었어도 이런 식으로 행동했을 것이냐”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참사의 사고 원인에 따라 경영진의 책임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조사 결과 기체 결함, 정비 소홀, 무리한 운항 스케줄 등이 거론된다면 회사를 대상으로 한 유족들의 민·형사상 소송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사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과거 항공업계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를 살펴보면 최고경영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은 물론 이번 사고는 179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경영진의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과거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여객기 사고가 난 2013년 당시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일부가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의 책임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현재는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경영진에 대한 책임은 그 다음에 거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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