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직 항공기 파일럿인 더그 모스는 WP에 "공항의 레이아웃(배치)이 참사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를 많이 봤지만 이번 (무안공항) 것은 최악(this one takes the cake)"이라고 말했다. 활주로를 완전히 평평하게 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물지 않지만, 이를 고려해도 무안공항은 설계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12월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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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문가들은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이 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로이터통신에 "그런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은 흔치 않다"면서 "보통 활주로가 끝나는 곳에 벽을 세우진 않는다"고 말했다.
항공 안전 컨설턴트 존 콕스는 WP에 "사고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파일럿들이 어느 정도 통제력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며 "그들은 활주로에 훌륭하게 착륙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일 거기에 (단단한 콘크리트 둔덕 등)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영국의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BBC에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의, 아마도 전부가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은 WP에 "(공항 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규정에 따르면 활주로 근처 구조물은 지나치게 단단한 소재로 만들어져선 안 된다. 비행기 충돌 시에 구조물이 너무 단단하면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샤히디 회장은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의) 충돌 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면서 "그러나 무안공항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매우 두꺼워 보이는 콘크리트 둔덕과의 정면충돌이었다"고 말했다.
항공 안전 전문가인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공학과 나즈메딘 메시카티 교수도 뉴욕타임스(NYT)에 "조사관들은 로컬라이저 안테나(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시설)가 표준적인 금속 탑이나 철탑이 아닌 단단한 콘크리트에 장착되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이번 항공 사고는 전 세계 공항 활주로 끝에 '소프트 배리어(부드러운 장벽)'를 설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미 연방항공청(FAA)이 상용화해 미국 내 공항에서 쓰는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인 EMAS(Engineered Material Arresting System)를 설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거란 지적도 나왔다.
EMAS는 항공기가 착륙하며 활주로를 이탈할 때 동체의 전진 속도를 급속도로 줄이도록 설계한 블록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현장에서 30일 오후 경찰과 소방대원 등이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여객기의 랜딩기어(붉은 원)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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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외신들은 내달 예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불분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NYT는 "전문가들은 증거에 대한 완전한 검토가 끝날 때까지 공항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포함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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