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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김상욱 "尹 탄핵, 보수·진보 싸움 아냐…민주주의 수호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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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①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 탄핵 찬성 촉구하며 ‘1인 시위’

“윤 대통령, 헌정질서 파괴한 배신자”

당내 ‘이단아’ 낙인에도 탈당 안할 것

“끝까지 진정한 보수 가치 수호할 것”

[이데일리 박민 기자] 폭풍 같은 한 달이 지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정치 신인이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과 동시에 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는 전환점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당연한 공기처럼 여겼던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정치적 움직임이 달라졌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1인 시위와 국민의힘 당론을 거스르는 행동으로 스스로 목소리를 높였다.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군과 경찰로 국회 무력화를 시도한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보수의 배신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김 의원의 입장은 여전히 결연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탄핵 사태의 원인과 본질 또한 ‘보수와 진보간 진영논리’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 심판의 본질은 비상 계엄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한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냐 잃을 것이냐의 싸움”이라고 역설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그는 국민의힘 주류와 보수층 일부 사이에서 ‘배신자’라는 겁박과 위협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때의 선택도, 앞으로의 행보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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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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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일상도 의정활동도 달라진 게 많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울산에서는 보수세가 가장 강한 ‘남구 갑’에서 ‘보수 차기 울산 책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당이 시킨 대로만 하면 3선은 따놓은 안정적인 지역구였는데 스스로 ‘밥그릇을 발로 찬 격’이었다. 지역에서는 배신자 낙인이 찍혀 마스크 쓰고, 모자도 눌러 쓰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행사 참석도 일절 못하고 있다. 사실상 정치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것 같다.

-이번 사태 이후 일상이나 의정활동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이전에는 적 없이 다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많은 적이 생겼다. 당에서도 소외되고 외톨이가 되고 공격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국민께서도 성원해 주시는 분이 많아지다 보니 제 말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 같다. 비록 저 혼자이긴 하더라도 국민께서 반응을 해 주시니 당에서도 무시를 못 하는 것 같다. 사명감도 더 커졌다.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면 제가 (당에서) 욕 먹더라도 말하고 움직여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초선으로서 당론을 거부하고,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1인 시위’는 쉽지 않은 행동일텐데.

△원래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태어나서 반장 한 번 한 적 없고, 이번 국회의원도 첫 선거였다. 그러나 12월 3일은 제게 큰 충격을 줬다. 비상 계엄이 선포되고 군과 경찰이 국회를 장악하는 모습에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민주주의를 순간 잃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국회의원으로서 내가 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사라지는 것을 내 손으로 방조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사명감 때문에 ‘나라도 목소리를 내자’는 판단에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행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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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동료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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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에 이어 권한대행도 탄핵이 이뤄졌다.

△한덕수 총리가 책임을 회피한 결과라 생각한다.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더 심화됐다. 대통령 탄핵 이후 탄핵 절차가 원만히 진행되는 것, 국가 경제 피해를 적게 하는 것,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 세 가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로 본인도 탄핵을 받아 정국 불안이 더 가중됐고, 국가 경제도 초토화시켰다. 한 총리의 탄핵은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 논란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또 탄핵은 없을지 등의 불안도 남겼다.

-현 시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가장 큰 책무는 무엇인가.

△탄핵 정국으로 민생이 망가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의 본질은 잘못된 비상계엄 내란에 대한 빠른 처벌과 국가 정상화, 헌정 질서 회복이다. 이번 탄핵 심판의 본질은 이것인데, 한 총리 탄핵 이후 진영 논리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 같다. 이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싸움도 아니고, 보수와 진보의 싸움도 아니다.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냐 잃을 것이냐의 문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중요한 책무는 탄핵 절차가 원만하게, 또 공정하게 마무리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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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투표한 뒤 로텐더홀에서 울먹이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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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탄핵이 보수와 진보간 진영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윤 대통령이 하려고 했던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 똑같다. 독재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전두환이 비상계엄을 통해 독재를 하지 않았나. 그걸 막기 위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시민들이 희생이 됐고, 6월 항쟁을 통해서 엄청난 피를 쏟고서야 민주주의를 겨우 되찾았다. 이러한 민주주의를 윤 대통령이 다시 부수려고 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보수가 어디 있고 진보가 어디 있으며 당이 어디 있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본질은 민주주의 수호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드러난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는 무엇인가.

△가치 지향이 없고, 진영만 있다.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이어야 하지만 진영 논리만 너무 공고해졌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 진영만 있다보면 방향성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 안에서 정당이 가치 경쟁을 해야 되는데, 그저 진영 논리에만 갇혀 있다. ‘그냥 표를 얻을 수 있으면 뭐든 한다’ 식의 생각만 있게 되다 보니 정권 쟁탈을 위한 ‘승자와 패자’ 싸움만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상대 진영에 대한 악마화, 보복화도 시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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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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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에 빠진 한국 정치 어떻게 바꿔야 하나.

△가치 지향 정당으로 바꿔야 되고 진영 논리를 타파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의 기반은 민주주의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존 정치인들은 기득권만 지키기 위해서 변화와 쇄신을 외치기보다 더욱 더 진영 논리만 공고화시키고 있다. 이에 국민들이 선거로, 또 여론으로 이걸 깨부셔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에서도 탈당 압박이 있을 텐데 견딜 수 있겠는가.

△제가 고통스럽더라도 우리 국민들과 또 정치인들에게 작은 파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결단코 진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진영 논리에 갇혀서 가치는 사라지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해 독재가 자라나기 좋은 토양을 만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다. 민주주의는 소중하고 지켜야 한다. 전체주의, 권위주의, 폐쇄, 배타주의 등을 배격해야 한다. 이 정도의 파문만 던지면 제가 겪는 고충은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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