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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정책발언대] 양곡관리법, 개정보다는 대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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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1950년에 제정된 ‘양곡관리법’은 쌀을 포함한 양곡의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여 우리 국민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법으로 쌀 관련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법이다. 제정 당시에는 쌀의 자급이 불가능했던 시기로 쌀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수출 등을 금지했는데, 1980년대에 농민과 정부의 노력으로 쌀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섬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근 양곡관리법과 관련한 논쟁이 격렬한데,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해 쌀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자 법 개정을 통해서 쌀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3년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많아져서 시장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매입하고 시장 격리해 쌀 가격을 유지하도록 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이후 유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다시 발의됐지만 최근 거부권이 행사됐다.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쌀의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 세금으로 쌀의 공급 초과분을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 찬반 양쪽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농업경제학자인 필자의 관점에서는 개정안의 합리성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쌀 산업의 중요성은 100% 동의하지만, 쌀의 공급량이 수요량을 넘어서서 가격이 하락하면 억지로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가격을 유지하기보다는 공급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인구 감소와 1인당 쌀 소비량 감소가 계속 진행되는 상황으로 쌀의 수요에 대한 공급 초과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정부의 초과 생산 쌀의 의무 매입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한 일이 된다. 특히 정부의 쌀 가격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이 매년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의 세금을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농가 소득 증대에 사용하지 못하고 오로지 쌀 가격 유지를 위해 쏟아붓는 것은 맞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고, 1인당 쌀 소비량이 3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어 이제는 1인당 고기 소비량보다 작아진 상황에서, 쌀의 정부 의무매입을 통한 가격지지 대신 보다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쌀의 공급량을 수요량에 맞춰서 생산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현재도 밥상용 쌀 재배를 가루쌀, 콩 등의 다른 작물 재배로 대체하는 등 생산 면적을 점차 즐여나가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과 농가의 호응이 필요하다. 또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기존 벼보다 떨어지지만 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 유기농 등 친환경 쌀과 고품질 쌀의 생산 면적을 늘려서 같은 면적이더라도 쌀 생산량이 줄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밥상용 쌀 외의 쌀 수요를 적극 확대해 우리나라 쌀의 공급량과 수요량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특히 가루쌀은 기존 쌀에 비해 가공에 유리한 면이 있지만 아직 가공기술이 완전하게 다 개발되지 못하였기에, 보다 다양하고 질 좋은 가루쌀 가공품이 개발되도록 쌀 가공산업의 노력이 요구된다. 쌀을 많이 소비하는 전통주 등의 주류산업 또한, 쌀 소비 확대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겠다.

세 번째로, 쌀의 해외 수요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 쌀은 가격이 워낙 높아서 수출이 안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특히 유기농 쌀과 이를 원료로 사용한 유기가공식품은 유기농이라는 프리미엄이 낮은 가격경쟁력을 극복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수출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로, 최근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해외 원조사업에 쌀을 현물로 제공하는 비중을 늘려서 쌀의 추가 수요시장을 키워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선의 효과를 얻기 위한 고민”은 우리 쌀을 포함한 모든 농업과 관련 산업에 적용돼야 하는 말이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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