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 행사에 참석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추락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했다. 국민의힘이 최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리기에 나선 배경이다.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되살려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내란을 정쟁화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극우 보수층만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이 같은 행보가 지방선거와 대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는 독약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6∼27일 성인 유권자 1001명에게 조사해 30일 내놓은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국민의힘의 당 지지율은 30.6%, 민주당은 45.8%를 기록했다. 여전히 민주당이 크게 앞서지만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전인 이달 둘째 주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25.7%, 민주당이 52.4%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한국갤럽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인 지난 17~19일 성인 1000명에게 조사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민주당은 48%)였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 진행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지지율이 13%로 급락했던 것에 비하면 높게 유지된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의 학습효과와 ‘이재명 비토’ 정서가 지지층 이반을 막아준다고 분석한다.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운다’고 하니 지지층들도 같이 싸우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재명에게 정권을 줄 수는 없다는 정서도 강하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한동훈 전 대표 사퇴로 윤 대통령이 보수의 구심점으로 복귀하고,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도 되살아났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당이 쪼개지지 않은 점, 보수 유튜버와 극단적 지지층이 많아진 점 등이 예전과 차이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내란 범죄는 아니라는 분리 전략으로 보수층 결집을 추동하고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며 내란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식이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 JTBC유튜브에서 “대통령이 내란을 하려고 계엄했겠나”라며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 전까지 내란이란 표현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취임사에서 “사법이 할 일은 사법에 맡겨놓자”고 밝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탄핵을 막지 못했다고 큰절로 사죄하기도 했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유튜브에서 “계엄 합법, 탄핵 무효, 심지어 2차 계엄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하는 집회에 나가 절을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가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의장석에 몰려 항의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후엔 이 대표 때리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수석대변인은 전날 이 대표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알려진 후 윤석열 대통령의 ‘발포 지시’를 풍자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삭제한 일을 두고 “대선 후보 1위 달리는 분이 국민과 안전에 아무 생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은 전날 SNS에 “민주당의 무책임한 줄탄핵으로 생긴 국정 공백이 정말 걱정”이라며 “제발 나라 생각 좀 하고 이재명 생각 좀 그만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지지율에서 잘 버티고 있지만 국민이 국민의힘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지난 탄핵의 학습효과와 이재명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며 “지방선거나 다음 대선을 생각한다면 중도층에 어필하기 위해 상식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에 인용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