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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귀책사유 땐 천문학적 보상금···LCC 1위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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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참사와 무관' 입증 어려워

유가족 소송 땐 보상금 '눈덩이'

예약 줄취소●수천억 손실 전망

저비용항공 합종연횡 앞둔 시점

경쟁력 잃고 입지 좁아질 수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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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 1위의 왕좌에 올랐던 제주항공이 무안공항 참사와 함께 추락 위기에 처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라 LCC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신뢰도에 직격탄을 맞게 돼 암울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사에 귀책사유까지 발견될 경우 운항 정지 등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최근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태국 방콕~전남 무안 노선에 최대 180일의 운항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법에 따르면 항공사의 고의나 중대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자와 재산상 손실에 따라 운항 정지 기간이 결정된다.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사건의 경우 국토교통부는 150일 이상, 180일 미만의 운항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이용자 불편 등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운항 정지 대신 10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여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무안발 국제편 수요가 느는 상황에 180일 동안 운항이 정지되면 손실이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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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제주항공이 추후 밝혀질 참사 원인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만큼 국토부가 항공사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실제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착륙 사고 당시 국토부는 45일의 운항 정지 처분을 내렸다. 조종사의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항공사의 교육 훈련이 미흡했다는 취지였다. 대법원도 “항공사가 부담하는 주의 의무는 ‘항공 종사자에 의해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예견해 이를 회피할 수 있을 정도’를 의미한다”고 적극적인 해석을 했다.

소비자들의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선수금은 2633억 원으로 최대 수천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많은 취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항공은 사고가 발생한 29일 이전에 예약한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국제선 전 노선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국내 LCC의 지각변동이 예정된 중요한 시점에서 입지도 점차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되며 당장 내년부터 자회사인 진에어·에어서울·에어인천이 통합된 ‘공룡 LCC’ 탄생이 시작된다. 3사가 합쳐질 경우 매출과 규모 등 대부분의 요소에서 제주항공을 앞지를 예정이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에 오른 점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해외에 보유한 호텔·리조트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LCC 경영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비용의 탑승객 보상도 기다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몬트리올 국제 협약에 따라 피해자 1인당 최대 12만 8821SDR(약 2억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탑승객 179명 기준 약 447억 원이다. 다만 사고 항공기가 가입된 약 10억 3000만 달러의 항공사 배상책임보험이 방파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상책임 담보 보상 한도는 10억 달러(약 1조 4720억 원), 항공기 자체 손상에 대한 보상 한도는 3651만 달러(약 537억 원)다.

항공보험의 간사사(社)는 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이며 KB손해보험(26%), DB손해보험(13%), 메리츠화재(3%), 하나손해보험(3%)이 함께 보상한다. 해당 보험의 99%는 재보험사인 영국의 악사XL이 책임지고 있다. 보험료 외 유족들의 추가적인 민사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보상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측은 “이날부터 재보험사와 구체적인 보험 지급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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