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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콘크리트 둔덕·역방향 착륙·제동거리…'제주항공 참사' 쟁점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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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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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명이 사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주요 원인을 두고 사고를 키운 요인들에 대한 지적들이 나온다.

착륙 유도 안전시설인 콘크리트 구조와 흙으로 된 둔덕이 없었더라면 비행기가 폭발까지 가지 않고 인명피해가 줄었을 거라는 논란이다. 또 관제탑에서 둔덕이 없는 순방향이 아닌 역방향으로 항공기 착륙을 유도했다는 점, 정상적인 착륙 지점을 너무 지나쳐 활주로의 1200m 지점에서 착륙해 멈출 거리가 부족했다는 점 등이 이번 사고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왜 조종석 뒤 줄을 당겨 랜딩기어 수동작동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사고 키운 '둔덕'= 둔덕에 대해서는 항공당국도 명쾌한 설명을 내지 못하고 있다. 둔덕이 사고를 키운 원인인지를 좀 더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둔덕에 항공기가 충돌해 폭발이 발생한만큼 이 둔덕이 규정에 맞게 설치됐는지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둔덕이 사고를 키운 원인이라고 주목했다. 영국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무안공항 둔덕 설치는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는 "비행기는 착륙 당시 시속 200마일(321㎞)의 속도를 내고 있었다. 활주로를 미끄러지며 이탈했는데, 이때까지도 기체 손상은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종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최상의 착륙을 했다"며 "착륙 활주가 끝날 무렵 기체엔 큰 손상이 없었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혀 불이 나면서 탑승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둔덕만 없었다면 평평한 지형이고 민가도 활주로와 멀어 둔덕이 없었다면 멈출 공간이 충분해 승객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항공청 항공사고조사관 출신 데이비드 소시는 29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활주로는 랜딩기어 없이 비상착륙이 가능하도록 지어져야 한다"며 "(제주항공 여객기와 충돌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왜 그 위치에 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둔덕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안테나)이다. 로컬라이저는 보통 활주로와 같은 높이에 설치되지만, 무안공항에선 콘크리트 구조물에 흙이 덮힌 형태로 설치됐다. 무안공항뿐만 아니라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포항경주공항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방위각이 있다. 사고기는 이 시설과 1차로 충돌하고 외벽과 2차로 충돌하며 크게 훼손됐다.

이 둔덕이 국제연합(UN)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끝단으로부터 300m 지점까지는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만 지어야 하는데, 국토부에 따르면 문제의 콘크리트 소재 둔덕은 활주로 끝으로부터 264m 지점에 지어져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방위각(로컬라이저) 시설은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방위를 계기판에 확인할 수 있도록 신호를 주는 장비로 안전시설의 한 종류"라면서 "이 시설을 어떤 토대 위에 놓느냐는 공항별로 다양한 형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콘크리트 구조 등 어떤 규격화 된 구조는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주종환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콘크리트 방위각 시설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느냐는 질의에 "시설은 거리·시설 주변 확보 사항 등에 대한 규정이 있다. 재질이나 소재 등에 대한 제한은 있는 파악이 필요하다"며 "만약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등은 향후 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둔덕 있는 역방향으로 착륙을 유도했나= 제주항공 7C2216편은 당초 무안공항 01번 활주로로 접근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고어라운드(go-around·복행)' 했다. 일반적으로 고어라운드를 할 경우 한 바퀴를 돈 뒤 원래 착륙을 시도했던 01번에 내려야 했다. 한바퀴를 돈뒤 순방향으로 활주로를 접근했다면 둔덕이 없어 미끄러졌더라도 폭발 위험이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7C2216편은 메이데이(구조신호)를 보낸 뒤 180도 틀어서 기존 착륙 방향의 반대인 19번 활주로의 역방향(북→남)으로 2차 착륙을 시도했다. 정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지 못하고 급선회한 뒤 급하게 역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복항을 하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다시 01번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는 게 맞는데, (긴급한 상황이다보니)짧은 쪽으로 관제탑하고 협의해서 착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활주로를 이탈하는 오버런(overrun) 끝에 공항 끝단의 둔덕과 외벽을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였다. 추측하기론 순방향으로 접근이 어려웠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엔진이 두쪽 다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관제탑에는 2명의 관제사가 근무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당시 항공기 측과 교신한 관제사는 2명으로 각각 경력은 5년과 3.5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어떤 교신 내역을 주고 받았는 지 등은 종합적으로 정리가 된 다음에 확인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활주로 중간에 내려 거리가 부족했다= 사고 항공기는 활주로에 내린 통상적인 항공기 착륙지점(터치다운존)을 지나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통상적인 지점에만 내렸어도 동체착륙 제동거리를 확보해 큰 사고를 막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30일 오전 10시 진행된 국토부 제주항공 무안공항 사고 브리핑에서 "사고 항공기의 착륙 지점은 활주로 19방향(역방향)으로 3분의 1 지점으로 추정된다"며 "미터로 환산하면 2800m 길이의 활주로에서 1200m 지점을 지나 착륙을 했다. 남은 1600m를 달리고 이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항공기는 총 2800m 길이의 활주로의 1200m 지점에서 지상과 만나 1600m를 동체 착륙 상태로 달리다 활주로를 이탈해 둔덕(로컬라이저)과 충돌한 뒤, 외벽과 재차 충돌했다.

통상적으로 항공기의 터치다운존은 활주로 끝단에서 300~900m 구간에 형성된다. 유 정책관은 "사고 항공기가 활주로에 그려진 터치다운존을 지나 착륙한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사고 원인을 하나로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미작동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사고"라며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다각적으로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한 만큼, 섣불리 예단하기 보다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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