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AI 글로벌 리딩 위해 보험수가 개선돼야
의료공백 영향… 일부 기업BEP 달성 전망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공급'뷰노' FDA 승인 예상
AI 진단'루닛', 1000억 매출 목표
현재 AI영상진단 분야를 주도하는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 AI 헬스케어 시장(프리시던스 리서치)은 2022년 약 21조원으로 전 세계 약 59%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민간 보험이 활성화되어 있어 보험수가도 한국보다 월등하게 높습니다.
미국 AI헬스케어 시장 21조 규모...국내 기업 경쟁력은
시장이 큰 이유는 의료 보험 제도가 민간 위주로 형성되어 가격이 높은 비급여 항목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미국 입장에선 쓰는 돈에 비해 효율이 좋지 못합니다. 미국은 2023년 기준 GDP의 약 17.6%(OECD 평균 8~9%)인 4.8조 달러를 헬스케어 비용으로 지출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GDP(약 1.7조 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평균수명은 2022년 기준 78.7세로 OECD 평균인 80.3세보다 3년 낮습니다. 즉, OECD 국가들보다 2배 이상의 의료지출을 하면서 평균수명은 오히려 낮은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 정부는 의료 분야의 AI 기술에 많은 지원을 쏟아부었고 현재 세계를 리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데이터=마켓앤마켓, 삼정KPMG) |
하지만 국내 AI의료 기술은 지속적인 발전으로 미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AI 질병 예방 및 예측 시스템에서 미국과 3.5년의 기술 격차를 보였으나, 2022년 3년 이하로 좁히는데 성공했습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국가별 임상 인공지능 연구개발건수를 확인해 보면 한국은 2924건의 발간물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중국과 미국 다음 3등인 기록”이라며 “일본과 유럽은 오히려 기술격차가 늘어난 것을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술력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의료AI의 주된 활동 무대는 영상진단보조 분야입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엘케이(2019년 12월 상장) △뷰노(2021년 2월 상장) △딥노이드(2021년 8월 상장) △루닛(2022년 7월 상장) △코어라인소프트(2023년 9월 상장) 모두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촬영 이후 의사의 영상진단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주력으로 합니다.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술 영상분석 보조 프로그램이 주력 제품이고, 제이엘케이는 뇌MR 영상 분석을 통해 뇌경색 병변 검출을 용이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뷰노는 흉부 엑스레이 및 폐 CT 분석 프로그램 등을 가지고 있고 딥노이드는 뇌혈관 MRA 영상분석 보조프로그램이 혁신의료기기에 지정된 바 있습니다. CT 영상 분석에 강점을 지닌 코어라인소프트는 뇌 CT 영상 분석을 통해 의료진이 뇌출혈을 검출하고 진단하는 것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습니다.
루닛·뷰노·제이엘케이, 비즈니스 전망은
현재 미국에서 제일 비즈니스를 잘 전개하고 있는 기업은 루닛입니다. 루닛은 영상 AI 진단 제품 뿐 아니라 AI를 통한 항암제 동반진단 기술을 같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루닛은 로슈진단의 ‘네비파이 디지털 병리’ 플랫폼에 AI 병리분석 솔루션 ‘루닛 스코프 PD-L1’을 통합하는 협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네비파이는 병리학 전반의 워크플로우를 지원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양사는 AI 알고리즘 개발 및 고도화, 솔루션 통합과 글로벌 판매를 각각 분담하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통합으로 루닛의 AI 솔루션은 로슈진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병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힐 것으로 기대됩니다.
로슈진단 네비파이 디지털 병리 루닛 스코프 PD-L1 |
이에 실적 전망도 좋습니다. 루닛은 2024년 매출액 601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5월 진행된 유방암 AI 솔루션 기업 볼파라(Volpara) 인수하며 덩치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루닛은 볼파라 영업망을 필두로 미국내 입지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루닛 관계자는 “볼파라 인수를 통해 내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며 “2025년 손익분기점 달성 목표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백지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볼파라의 매출 대부분은 장기계약 형태”라며 “1년치 선납금을 받는 수주 매출 구조로, 루닛의 외형성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영상보조 AI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는 국내 비급여 청구가 가능해지고, B2C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점진적인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며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의 경우 현재 다수의 해외 제약사들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성장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뷰노는 2024년 연간 매출액 336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3% 성장한 수치입니다. 영업적자는 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57억원 적자)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올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액 125억원과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 의료 AI 분야 최초로 흑자 전환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하반기 뷰노의 심정지 예측 AI 소프트웨어의 FDA 승인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뷰노와 루닛에 비해 미국 시장 후발주자로 꼽히는 제이엘케이는 2025년에 첫 해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이엘케이는 올 4분기에 FDA 승인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K-의료AI 글로벌 리딩 위해 보험수가 개선돼야
한국 기업이 지속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한 관건은 보험수가 적용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보험수가가 적용돼야 임상현장에서 지금보다 활발하게 쓰일 수 있고, 그래야 실사용 데이터가 쌓이면서 해외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를 쌓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AI영상 기기 보험수가 현황 (데이터=보건복지부) |
특히 소프트웨어 시장은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시장이라 선도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강합니다. 상품 전환비용도 높아 한번 시장의 선두를 차지하면 안정적으로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의료AI 역시 이 같은 소프트웨어 시장의 속성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루 속히 해외 진출을 통한 인지도 확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의료AI 소프트웨어는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돼 3~5년간 비급여나 선별급여로 임상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9월 말 기준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된 의료AI 소프트웨어는 총 16개입니다. 3~5년의 기간이 종료되면 이제까지 비급여 처방내역을 바탕으로 신의료기술 재평가를 통해 급여 지정 여부가 결정됩니다. 약 수십조원 규모로 성장할 의료AI 시장을 5년 뒤, 10년 뒤에도 한국 기업이 선두에서 이끌어갈 수 있을지 그 추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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