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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밤에 화장실 자주 가는 남성… 성생활에도 문제 되나?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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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담 <16> : 중년 남성의 잦은 야뇨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항이뇨 호르몬 감소, 빈뇨의 원인
빈뇨, 양기(陽氣)와도 관련성 있어
호두 도움되지만, 하체 힘이 중요
한국일보

전립선 증식증 환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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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50대 후반 남성 A다. 잠들기 전에 소변을 보지만, 얼마 안돼 요의(尿意)를 느낀다. 가까스로 잠이 들더라도 야간빈뇨 증상 탓에 여러 차례 잠에서 깨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삶의 질이 뚝뚝 떨어진다. 피곤은 피곤대로 쌓이고, 일상 생활까지 예민해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A: 남성의 경우 전립선이 커지면 전립선과 인접한 방광과 요도를 압박한다. 이러면 소변을 보더라도 방광이 완전히 비워지지 못하고, 잔뇨가 남는다. 특히 방광이 눌려 방광의 용적이 줄어든 만큼 소변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드니, 밤에 소량의 소변만으로도 방광이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지고 결국 자주 소변을 보는 것이다.

여성 역시 여성호르몬 감소로 요도 및 방광이 노화되면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 이밖에 고혈압 환자의 경우, 고혈압 약 가운데 이뇨제가 포함돼 있는데 이 때문에 야간 빈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도 소변량이 증가해 한밤중에 자주 화장실을 가곤 한다.

그런데 중년기에 특히 야간 빈뇨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항이뇨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야간에 신장에서의 소변 생산을 억제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호르몬 분비가 줄고 밤에도 낮처럼 소변이 많이 생성된다. 심혈관 기능 저하도 이유 중 하나다. 혈액이 우리 몸의 가장 낮은 곳인 다리에 고이면서 풍선 같은 부종이 발생한다. 밤에 누우면 다리의 부종에 차 있던 혈액이 신장으로 환류해 돌아가면서 소변이 낮보다 더 많이 생성된다. 뜻밖의 원인도 있다. 바로 ‘코골이’다. 코골이는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몸에 여러 가지 영향을 준다. 특히, 앞서 언급한 항이뇨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데, 이것이 야간 빈뇨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밖에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복용하면 갑자기 평소보다 소변 처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감기약에는 보통 항히스타민제와 교감 신경 흥분제가 들어있는데, 이들 성분은 방광 근육의 탄성을 떨어뜨리고, 소변이 나오는 방광 입구와 전립선을 둘러싼 요도 근육(평활근)을 지나치게 수축시켜 소변을 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야간 빈뇨의 고통, 어떻게 예방할까?

저녁에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를 위해 저녁 식사는 싱겁게 먹자. 커피나 알코올, 과일 섭취도 자제해야 한다. 또 몸이 추우면 말초 혈관들이 수축해 신장으로 혈류가 들어오면서 소변량이 많아진다. 그래서, 잠자리는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 관점에서도 살펴보자.

먼저, 음(陰)이다. 인체의 모든 구멍에는 액이 있어야 자기 기능을 할 수 있다. 눈, 코, 귀, 입 등에 점액이 있어야 하듯, 소변이 나오는 통로(요도)에도 독성이 있는 오줌이 나올 때 미리 액을 분비해야 상피세포가 손상되지 않는다. 여기서 액은 기름기가 섞인 물로 윤활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액을 내놓는 성질(陰氣)이 줄어들어 방광과 요도의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는 탄력성이 떨어진다. 대다수 노년의 전립선 질환은 이렇게 내부 탄력성이 떨어진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양(陽)적인 면에서 보면, 방광에 고이는 소변은 ‘혈관 밖의 물’이라 온도가 비교적 낮다. 항온 동물인 인체는 어떤 경우에도 약 36.5도를 유지해야 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36.5도를 유지하는 힘을 한의학에서는 양기(陽氣)라고 한다. 양기가 약한데 소변량이 많으면 온도 유지가 힘들다. 자주 소변을 배출해야 온도 유지가 가능하다.

더구나 소변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힘을 압축해 짜내는 것이다. 물총을 쏘면 물이 발사되는 것과 같다. 짜내는 힘이 약하면 나가던 물이 다시 밀려 들어와 잔뇨감이 생기면서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려야 한다. 소변을 데우는 힘과 짜내는 힘, 거기다 발기력을 합쳐서 양기라고 하며 오줌발에 남성들이 신경 쓰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렇다면 ‘소변을 자주 보면 정력이 약하다’는 얘기는 진실일까. 한의학에서는 빈뇨가 양기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조선 왕들 중 빈뇨 증상에 시달렸던 경종(1688∼1724)은 실제로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자식이 없었다. 승정원일기에는 1708년 숙종 34년 2월 10일 세자였던 경종의 빈뇨를 치료하기 위해 ‘육미지황환’을 처방한 기록이 보인다.

영조(1694~1776)도 어릴 때부터 빈뇨 증상에 시달렸다. 1725년(영조 2년) 10월 14일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보자. ‘어릴 때부터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더욱 심해져 하룻밤에 수차례나 소변을 본다. 특히 이번 제사 때는 소변이 심히 마려워 실례를 할 뻔했다.’ 영조는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져 고통스럽다”면서 토사자(兎絲子)를 먹었다. 덩굴 식물인 새삼의 씨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을 인체의 체온을 36.5도로 유지하는 보일러 기능을 하는 기관으로 봤다. 그리고 호두를 먹으면 이 신장에 열기를 보태 소변을 데운다고 파악했다. 단, 호두는 뜨거운 성질이 너무 강력해 여름철 과식은 피하도록 했다. 한의학을 적절히 활용하는 북한 임상 자료를 보면 “요로결석 환자에게 호두육을 기름에 튀겨 여러 번 복용시켰더니 결석이 분해돼 배출됐다”는 기록도 있다. <동의보감>도 이렇게 말한다. “호두는 소변이 야간에 많을 때 치료에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 때 잿불에 구워 먹고 술을 마셔라.” 호두가 효과가 있는 약재 임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튼튼한 하체의 힘과 절제된 성생활이다. 우리의 두 다리 근육 운동에 정답이 있음은 분명한 진리다. 최근 뉴욕에서 찾아온 환자와의 대화에서 의미 있는 치료법을 발견했다. 이 환자는 평소엔 야간빈뇨로 고생하지만, 골프를 치고 온 날은 신기하게도 이런 증상이 없어진다고 했다. 해답은 바로 ‘근육’에 있었다. 근육의 70% 이상은 허리와 허벅지 등에 분포한다. 근육이 자극을 받으면 오줌발도 세지고 빈뇨도 개선된다. 특히 스쾃 운동이 도움이 된다. 새해부터는 매일 스쾃에 도전해 보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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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한의학 박사ㆍ전 대구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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