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이 '민주당 탓'에 민심 멀어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광훈TV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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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이 배출하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사과했다. '계엄은 합법, 탄핵은 무효'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 앞에서 그는 사죄의 큰절까지 올렸다. 12·3 불법계엄 사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로지 야당을 향해 "대한민국을 붕괴시키는 저들이야말로 암흑의 세력, 내란 세력임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란 프레임'으로 역공하며 이미 두 쪽 난 광화문 광장에서 갈라치기에 앞장섰다.
계엄을 옹호하지 않는다면서 '내란 공모' 피의자의 궤변을 당 공식 창구를 통해 퍼뜨렸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입장을 보도자료로 냈다. 입장문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김 전 장관을 구속기소한 공소장이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 발표를 그대로 인용하다시피 한 것이자 픽션(허구)"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이에 "당이 계엄의 밤을 온전히 책임지고 대통령과 깨끗이 절연해도 시원찮을 판에 피고인 입장을 대변하나"(류제화 세종갑 당협위원장)", "당 공식기구가 김용현 변호인단 확성기냐"(박상수 전 대변인) 등 내부 비판이 나왔다.
집권여당을 외치던 이들이 불법계엄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모면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우선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세워놓고, 수사기관이 경쟁적으로 규명하고 있으니 당은 한 발짝 물러나 있어도 된다는 식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법적 책임을 묻지 말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에 따른 대국민 사과마저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이유로 미적대다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단상으로 몰려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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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책임은 회피하면서 야권을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된 유례없는 혼란에도 국정 안정 노력은 뒷전이다. 국무위원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잘못을 먼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상대의 무리수만 지적하는 데 그치는 방식은 공허할 뿐이다. 한 대행 탄핵 표결과정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앞으로 몰려가 구호를 외치고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국민들의 공감은커녕 조롱거리로 전락한 이유를 정녕 모르나.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본 채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골몰해서는 등 돌린 민심이 돌아올 리 만무하다. 지금 국민의힘은 누구를 대표하고 있나. 애써 한쪽 눈을 가린 채 '내란 정당'이라는 오명을 자처하지 않길 바란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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