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내부로 빨려 들어가면 피해 확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가 난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구급대원들이 기체 내부 탑승객 수색을 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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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 원인이 새 떼와의 충돌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5년여간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6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은 623건이었다. 조류 충돌은 이착륙·순항하는 항공기의 엔진·동체에 새가 부딪히는 사고를 뜻한다.
조류 충돌은 2019년 108건에서 코로나 여파로 운송량이 감소한 2020년 76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도 △2019년 5건 △2020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4년 상반기 기준 1건 등 매년 조류 충돌 사례가 보고됐다. 건수 자체는 14개 공항 중 9번째지만 이착륙한 항공편(1만1,004편) 대비 발생률을 따지면 0.09%로 가장 높다.
올해 1월에도 도쿄발 인천행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조류와 충돌해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달 청주국제공항에서도 대만 타이완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가려던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이륙 도중 조류 충돌이 발생해 회항하는 일이 있었다.
2㎏ 새가 64톤 충격 가능
2019년 9월 인천공항을 떠나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할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호찌민공항 도착 직전 상공에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했다. 기체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지면서 연결편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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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은 비행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게 1.8㎏짜리 새가 시속 960㎞로 비행하는 항공기와 부딪히면 64톤 무게의 충격을 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3월에는 중국 톈진을 출발한 비행기가 홍콩으로 향하던 중 새와 정면으로 충돌해 기체 기수 쪽에 1m에 달하는 구멍이 뚫렸다. 조류 충돌 사고의 5%가량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직접 충돌보다 더 위험한 건 이번 사례에서도 그 가능성이 언급되듯 새가 항공기 엔진 등 기체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다. 2009년 승무원 포함 탑승자 168명이 전원 사망했던 이란 카스피안항공 7908편 추락 사고 역시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던 도중 항공기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었다. 해당 항공기는 이륙 약 16분 만에 공항에서 약 120㎞ 떨어진 들판에 추락했다.
조류 충돌이 특히 많이 발생하는 구간은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비행장 구간이다. 비행장은 광활한 초원이어서 새들의 먹이가 되는 곤충류 등이 많고, 사람이 적기에 새들에게는 안식처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상기후 영향으로 철새 텃새화와 출몰 조류종 및 출몰 시기 변화 등으로 조류 충돌 위험이 더 커졌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공항 주변 도시 개발로 조류 이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조류 충돌 위험성도 증가한다"고 풀이했다.
이에 국내 공항들은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민간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조류 퇴치반을 운영해 조류 서식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조류 퇴치반은 총포·폭음경보기, 음파퇴치기 등을 동원해 조류 통제를 시도하지만, 이번처럼 사고를 완전히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나타났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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