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트럼프 당선과 취임 때도 한국 탄핵정국
같은상황이지만, 다른 대응전략으로 협상해야
누구는 이를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누구는 운명처럼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평행이론’에 빗대기도 한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8년전처럼 이번에도 협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수영 증권시장부장 |
8년 전 한미관계 우리가 놓친 것
미국 대선 두달 후인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취임했다. 그는 세계 대통령으로서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를 중요시했다. 미국에게 있어 한국은 동맹국·우방국이란 위치보다, 자신들과의 교역에서 손실을 끼칠 수도 있고 이익을 줄 수도 있는 거래상대국일 뿐이었다.
실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한국의 대통령을 만난 건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취임 후 두 달여만으로, 우리 정부는 새 대통령 취임 때까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했지만, 미국의 요구에 제대로 물밑에서 손 쓸 시간도 없이 FTA개정 협상에 나서야 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 관세 전면 폐지안을 20년 연장하기로 개정했고, 미국산 차 수입 확대 등 다소 불리한 안건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기 행정부는 1기 때 달고 나온 ‘미국 우선주의’보다 엔진이 훨씬 강력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보편적 관세 최대 15%’를 내걸었고, 취임 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상대로 관세 으름장을 놨다. 일부에선 이들(캐나다 등 3국)이 미국이 겨냥한 최우선 순위인 만큼 한국은 시간을 벌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8년 전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체제’가 됐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놓고 여야간 대립도 이어지고 있어 실제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재를 통과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소통이 가능한 시기가 8년 전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시절 유세에서 “한국은 머니머신(부유한 나라)” “내가 집권했다면 방위비 분담금 연간 100억달러 내게 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추해보건데 한국과의 무역 및 방위비 분담금 협상안을 이미 만들어놨을 가능성도 있다. 당장 해결책이 나오긴 쉽지 않지만, 서둘러 대응팀을 꾸리는 등 밑단에서라도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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