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부상자 현재까지 2명 불과…소방당국 "생존 가능성 거의 없어"
랜딩기어 없이 동체착륙 시도 중 사고…조류충돌 경고 1분 만에 구조요청
광주·전남 시도민 인명피해 집중 가능성…정부, 무안 특별재난지역 선포
처참한 무안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
(무안=연합뉴스) 장아름 박철홍 정회성 기자 =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현재까지 151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는 착륙 직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을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았고, 그로부터 1분 뒤 구조요청 신호를 관제탑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당국은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부는 현장 수습과 함께 사고 원인 규명에도 주력하고 있다.
크레인으로 옮겨지는 사고 여객기 기체 후미 |
◇ "구조된 2명 외 생존 가능성 없어"
29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여객기 기체는 활주로 주변의 시설물인 외벽에 충돌하면서 반파됐고, 불길에 휩싸였다.
승객 175명은 한국인이 173명, 나머지 2명은 태국인인 것으로 잠정 분류됐다.
여객기 기체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소방 당국은 오전 9시 46분쯤 초기 진화를 마쳤고, 기체 후미에서 부상자 2명을 잇달아 구조했다.
부상자들은 목포지역 종합병원 2곳으로 분산됐고, 이후 이대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각각 재이송됐다.
소방 당국은 4시 49분 기준 사망한 151명도 수습했고, 현장에 임시 영안소를 설치했다.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탑승자는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안 공항에 동체 착륙하는 제주항공 항공기 |
◇ 국토부 "조류충돌 경고 1분 후 구조요청 신호"
이날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은 오전 1시 30분께 방콕에서 출발해, 오전 8시 30분께 무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예정했던 도착 시간에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하지 못한 여객기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7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1분 후인 8시58분께 사고기 기장이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냈다.
오전 9시께 사고기는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3분 후인 9시3분께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무안공항 활주로가 짧은 탓에 충돌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활주로 길이는 2천800m로, 이전에도 유사한 크기의 항공기가 계속 운행해왔다"며 선을 그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인천공항(3천750∼4천m), 김포공항(3천200m∼3천600m) 보다는 짧지만, 다른 국제공항인 청주공항(2천744m), 대구공항(2천755m)보다는 길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6천823시간, 부기장의 경우 1천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 현 직책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진 데 대해 "동체 착륙을 한 뒤 화재가 났고 그 뒤에 소방 당국이 바로 출동했다"며 "어떤 원인으로 피해 규모가 커졌는지는 조금 더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현장 |
◇ 광주·전남 지역민 피해 집중 가능성
무안국제공항은 광주와 전남 지역민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 인명피해도 이 지역에 집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공항은 국내선만 취항하고 있어 광주에서 국제선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이 무안이다.
여수공항 역시 국내선만 취항해 무안 등 전남 서부권은 물론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 도민들도 국제선 이용을 위해 무안공항을 찾는다.
지역민들은 가족, 친구, 지인 등 안부를 확인하며 근심 속에 사고 수습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고 여객기 탑승자 명단에는 지역 공무원과 그 가족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안공항에 모인 탑승자 가족들 |
전남도 출연기관 남성 연구원 2명이 태국으로 동반 여행을 갔다가 해당 여객기 탑승 명단에 포함됐다.
화순군에서는 현직 공무원 3명, 퇴직 공무원 5명 등 8명이 동반 여행을 갔다가 여객기에 탑승했다.
자매 관계인 목포시 공무원 2명도 해당 여객기를 탔고, 담양군 여성 공무원 1명과 그 자녀 2명도 탑승 명단에 있었다.
사고 여객기에는 전남도교육청 소속 교직원 5명도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사고 수습과 지원에 나섰다.
전남도는 유가족 전담 공무원 360명을 지정해 지원하고 무안공항과 무안 망운초등학교에는 자원봉사센터를 열었다. 또 무안스포츠파크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 유가족들에게 숙소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내달 4일까지 일주일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5·18민주광장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오열하는 유가족 |
◇ 최상목 권한대행 "피해수습 총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무안군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최 부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 구조와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원본부를 통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탑승객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최상목 권한대행 |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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