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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김소월 시, 뮤지컬로 첫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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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창작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 출연진들이 쇼케이스를 열고 있다. 배우 백종민(왼쪽부터), 김진철, 한수림, 성태준, 김우혁, 고운지, 황시우. 스튜디오 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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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26일 밤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 뮤지컬 배우 성태준의 촉촉한 목소리에 100여명의 청중이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노래를 마친 성태준은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시대적 상황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을 잃는 슬픔을 대변하는 노래다”라고 말했다.



그가 부른 노래는 김소월의 시로 익히 알려진 ‘산유화’. 오는 1월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초연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에 사용되는 넘버다. 국내 최초로 ‘진달래꽃’ ‘산유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등 김소월의 시 9편을 사용해 제작한 뮤지컬의 개막을 앞두고 팬들과 미리 만난 쇼케이스에서 처음 공개했다.



‘어제의 시는…’은 1923년 간토대학살을 계기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젊은이들이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투쟁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민 시인’ 김소월의 시를 테마로 한 첫 뮤지컬로, 시를 극 전개에 활용하고 노랫말로 사용해 독립운동의 열망과 조국의 아픔을 표현했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배우 백종민(독립군 역), 김진철(유키치 역), 한수림(사언희 역), 성태준(이정익 역), 김우혁(박우혁 역), 고운지(한희수 역), 황시우(김동현 역) 등이 모두 나와 일부 넘버를 부르고 공연을 앞둔 각오를 다졌다. 한수림은 “가사에 시가 많이 사용되는 점이 연기하면서 어려웠다”며 “매일 소월의 시를 공부했는데, 노래할 때마다 정말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들어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는 크게 모던보이·모던걸의 주무대였던 경성의 재즈바와, 젊은 독립투사들이 의기투합한 신문사 두곳에서 펼쳐진다. 출신과 성별은 다르지만 조선 독립이라는 공통의 열망으로 한데 뭉친 젊은이들의 사랑과 배신, 갈등과 희망을 그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스토리움 우수스토리’로 선정된 이성준 작가의 ‘붉은 진달래’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2024 스토리움 우수스토리 매칭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제작이 성사됐다.



쇼케이스 뒤 한겨레와 만난 이강선 연출은 “최근 영화 ‘하얼빈’ 개봉과 맞물려 한국에서 ‘독립’이라는 코드가 떠오르고 있다”며 “그동안의 여러 예술 작품에서 독립운동이 총과 칼을 사용한 무력적 저항이 많았다면, 이번 작품은 글과 시라는 문화의 힘을 통한 독립운동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소월 시인은 1934년 12월24일에 사망했다. 정확히 9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성태준은 “초연 공연은 힘들기도 하지만, 창작진과 배우가 열린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나가는 장점이 있다”며 “창작 뮤지컬이 잘돼야 한국 뮤지컬이 잘될 수 있다. 많이 찾아와달라”고 당부했다. 1월26일까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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