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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무안 제주항공 참사, 착륙할 때 랜딩기어 왜 안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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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한 시민이 동생이 타고 귀국하던 제주항공 여객기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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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아침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 사고 원인을 두고 기체 결함, 정비 불량,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착륙 상황이 찍힌 영상을 보면, 사고 여객기는 바퀴가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랜딩 기어 고장)에서 활주로 위에 동체 착륙했다. 동체와 활주로 마찰면에서 검은 연기를 일으키며 착륙을 시도한 여객기는, 길이 2800m 활주로가 끝난 뒤에도 멈추지 못했다. 결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이탈 방지벽을 들이받고 화염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현재까지 랜딩 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사고 발생 초기부터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이 거론되고 있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국내 공항은 이륙 고도 500피트(152m), 착륙 고도 200피트(61m) 이내 구역을 조류 충돌 관리구역으로 정해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산탄총, 폭음기 등이 동원된다. 다만 높은 고도에서 일어나는 조류 충돌은 예방 수단이 없다.



이번 여객기 사고가 조류 충돌이 원인이라면 조류 충돌 관리구역 바깥 고도에서 충돌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류가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전자장비 고장 등으로 랜딩 기어 미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2022년 1월 공군 F-35A 전투기가 랜딩 기어 미작동으로 동체 착륙 뒤 폐기됐다. 조사 결과 무게 10㎏ 독수리가 기체 차단벽을 뚫고 전투기 공기 흡입구로 빨려 들어가 장비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월 인천공항에서는 이륙 직후(5.2m 상승) 항공기 엔진과 랜딩 기어에 새가 날아들어 회항한 바 있다.



2022년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 세계에서 한해 1만4000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200∼300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한다. 2018∼2022년 8월 사이 1378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447건이 공항 내 이착륙 과정(이륙 500피트 이하, 착륙 200피트 이하)에서 발생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올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9∼2024년 상반기 사이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사고는 623건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으로 항공기 운항이 줄며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충돌을 일으킨 조류(인천공항 기준)로는 종다리, 참새, 제비, 흰뺨검둥오리, 물수리, 큰기러기, 백로, 왜가리, 황조롱이 등이다.



일부 언론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길이(2800m)가 상대적으로 짧은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다만 이는 사고 원인과는 무관하다.



이번 사고 여객기 기종(보잉 737-800)의 경우 적재량과 착륙 상황 등의 변수를 고려해도 활주로 길이 1800m 정도면 착륙이 가능하다고 한다.



2007년 11월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은 현재 활주로(길이 2800m, 폭 45m) 길이를 3160m로 360m 연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활주로에서는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대형 항공기는 이착륙이 어렵다.



국제선이 취항한 국내 5개 국제공항 활주로 길이를 보면, 인천공항 3750∼4000m, 김포공항 3200m(이륙 활주로 3600m), 제주공항 3180m, 양양공항 2500m 등이다.



한편 항공편 추적 정보를 제공하는 플라이트어웨어를 보면, 사고 여객기는 오전 8시57분 고도 419m 상공에서 시속 267㎞ 속도로 비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마지막으로 보냈다. 플라이트레이더24 정보로는 비슷한 시간 고도 152미터, 속도 285㎞였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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