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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미국에서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이민 비자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진영' 내부의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새롭게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술업계 인사들과, 오랜 트럼프 골수 지지자들이 대부분인 이민정책 강경파 간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입니다.
머스크는 이 문제를 두고 반대파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머스크는 현지시간 27일 밤 엑스(X·옛 트위터)에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들을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 (비자)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2일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이민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인사들은 크리슈난이 지난달 엑스에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cap)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백악관 내 크리슈난 기용을 비판하면서 "그는 영주권 제한을 없애 외국 학생들이 미국에 오게 하고 미국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공격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견해를 공유하는 좌파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임명되고 있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견해는 트럼프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구호이자 트럼프 지지층을 통칭하는 용어) 진영 내에서 급속히 확산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2기 백악관의 'AI·가상화폐 차르'로 지명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크리슈난을 옹호하고 나섰고, 머스크 역시 실리콘밸리에 공학 인재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담은 엑스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미국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엔지니어이면서 의욕이 넘치는 사람의 수는 너무 적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H-1B 비자는 고용주의 보증 아래 기본 3년간의 체류가 허용되는데, 추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으며 연간 발급되는 수도 쿼터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비자 소지자는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인도와 중국 등 국가별로 정해진 쿼터가 있어 수년간의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전문직 고급인력에 한해서는 이런 제한을 없애 미국 이민의 문을 넓히자는 것이 크리슈난 등 실리콘밸리 기술업계의 주장입니다.
크리슈난은 인도에서 출생해 인도에서 대학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머스크 역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고 자란 뒤 대학 때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넘어와 2002년에 미국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과거 '외국인 노동자' 신분을 겪은 셈입니다.
머스크와 함께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인도계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엑스에 글을 올려 "최고의 기술 회사들이 미국인보다 외국에서 태어난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이유는 미국인의 타고난 IQ 부족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미국 문화는 탁월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라마스와미는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보다 졸업 파티 여왕을, (우등생인) 졸업생 대표보다 운동을 많이 하는 남학생을 더 찬양하는 문화는 최고의 엔지니어를 배출해내지 못한다"며 미국의 전반적인 문화를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라마스와미의 이런 발언은 보수 진영에 더 큰 반감을 일으켰습니다.
미 NBC 방송에 따르면 엑스의 일부 사용자들은 이번 이민정책 논쟁 와중에 머스크의 의견에 반대하는 견해를 편 계정 주인들이 엑스의 프리미엄 기능 접근이 제한되는 등 검열을 받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NBC는 이번에 영향을 받은 계정 중 상당수는 '컨서버티브 오지(ConservativeOG)라는 미디어 브랜드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미디어 대표이자 인플루언서인 프레스턴 파라는 자신이 머스크의 '친이민' 견해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대한 보복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NBC에 "고등학교 시절 충분히 괴롭힘을 당하지 않은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 재벌들이 우리나라를 훔쳐 가는 것을 우익과 마가의 진짜 중추 세력이 가만히 지켜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머스크를 트럼프 진영에 침투한 '트로이 목마'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의 오랜 측근인 스티브 배넌은 전날 그의 팟캐스트 '워룸'에서 H-1B 비자를 지지하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올리가르히(oligarch·신흥재벌)"라고 비판하면서 "H-1B 비자? 이것은 미국 시민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 종업원들에게 주고 돈을 덜 지불하려는 사기"라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진영 내의 이런 공방은 표면적으로는 전문직 비자 문제에 대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성격이 다른 트럼프 지지 그룹 간 충돌과 분열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번 논란에 아직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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