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화, 대작 거의 없지만 '알짜' 다수…개봉작 줄어 보릿고개 전망도
'아바타 3'·'미션 임파서블' 최종편·'주토피아 2'도 상륙
봉준호 감독(왼쪽)과 박찬욱 감독 |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박원희 기자 = 내년 극장가에도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길 새 영화들이 잇따라 걸린다.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와 박찬욱의 신작을 비롯해 주요 배급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도 출격을 대기 중이다.
천만 영화 시리즈인 '아바타' 3편 등 할리우드 영화도 상륙할 예정이다.
◇ 봉준호 표 할리우드 SF…박찬욱, 이병헌·손예진과 신작
내년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과 박찬욱 감독의 한국 영화 '어쩔수가없다'다.
'미키 17'은 봉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등을 휩쓴 '기생충'(2019) 이후 6년만에 내놓는 새 영화다.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을 개척하는 데 투입된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SF(Science Fiction)물이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바탕으로 했다.
할리우드 톱스타 로버트 패틴슨과 스티븐 연, 나오미 아키에,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영화로, 북미에서 봄 방학이 시작되는 내년 3월 7일 개봉한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앞선 3월에 전 세계 최초로 상영한다. '미키 17'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겠다는 게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의 방침이다.
'미키 17' 예고편의 한 장면 |
박 감독은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2022) 이후 3년만에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선보인다. 제지 업체 회사원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다가 갑자기 해고당한 만수가 아내와 두 자녀를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액스'(The Ax)가 원작이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쓰리, 몬스터'(2004)에서 박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병헌이 만수 역을 맡아 20여년 만에 재회한다. 손예진은 만수의 밝고 강인한 아내 미리 역을 소화한다. 이들 외에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유연석 등 쟁쟁한 배우들이 조연진을 채운다.
'어쩔수가없다' 무사촬영 기원 고사를 한 박찬욱 감독, 손예진, 이병헌(왼쪽부터) |
◇ '곳간' 비어 개봉작 부족…"올해보다 더 힘들 것" 우려도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뉴(NEW), 쇼박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5대 배급사는 다양한 한국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올해와 비교하면 수백억 원이 투입된 '대작'은 거의 없지만 흥행을 기대할 만한 '알짜배기' 영화들로 라인업을 채웠다.
CJ ENM은 '어쩔수가없다'와 임윤아·안보현 주연의 '악마가 이사왔다'(이상근 연출) 두 편의 한국 작품을 선보인다. CJ ENM이 기획·개발을 주도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부고니아'도 내놓는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에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가 주연을 맡았다.
윤상현 CJ ENM 대표 |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동명의 웹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물 '전지적 독자 시점'(김병우)이 최고 기대작이다. 이민호와 안효섭이 멸망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두 인물을 연기했다.
마동석 액션물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임대희), 구교환의 스릴러 '부활남'(백종열), 강하늘의 스릴러 '스트리밍'(조장호)도 내년 극장에서 볼 수 있다. 오랫동안 개봉 시점을 잡지 못한 류승룡·박해준의 '정가네 목장'(김지현), 최민식·박해일의 '행복의 나라로'(임상수)도 관객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
뉴는 다음 달 설 연휴 전 개봉하는 송혜교·전여빈의 오컬트물 '검은 수녀들'을 비롯해 조정석·이정은 주연의 코미디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필감성)을 선보인다.
쇼박스는 김윤석·구교환의 스릴러 '폭설'(박선우·홍의정), 배우 하정우의 연출작 '로비', 구교환·문가영의 로맨스물 '먼 훗날 우리'(김도영), 유해진·이제훈의 '모럴해저드'(최윤진) 등을 내놓는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강하늘·유해진의 범죄물 '야당'(황병국), 우도환·장동건의 액션물 '열대야', 연상호 감독의 저예산 영화 '얼굴', 고아성·변요환의 '파반느'로 관객을 찾는다.
영화 '야당' 주연 배우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왼쪽부터) |
코로나19 이전 배급사별로 많게는 10편 이상의 신작을 선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작품 수 자체는 감소했다. 촬영을 마치고도 개봉하지 못한 이른바 '창고 영화'를 올해 거의 털어낸 데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신작 제작이 줄어든 탓이다. 이에 "내년이 극장가의 진짜 고비"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개봉하는 (한국) 작품 수 자체가 적은 데다, 그 영화들이 다 잘될 거라고 예상하긴 어려워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그 와중에 성공하는 복병 같은 작품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을 잘 넘기고 투자와 제작이 좀 더 활발해진다면 내후년부터는 조금씩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배급사 관계자도 "내년 극장가는 올해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고, 생존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큰) 대작이 아닌 적당한 규모의 작품을 찾는데, 그런 작품은 관객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어 딜레마에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영화 극장 |
◇ '아바타 3' 할리우드 영화, 한국 영화 빈자리 채울까…넷플릭스 7편 공개
일각에서는 한국 영화 수가 적은 대신 '빅히트'를 기대할 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있어 내년 극장가 전망을 비관적으로만 전망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외화의 경우 올해보다 내년 라인업이 더 좋다"며 "한국 영화의 절대적인 수는 부족해 보일지라도, 관객이 함께 보고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영화가 개봉한다면 내년에 좀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개봉 예정인 외화 중 최고 기대작은 12월에 개봉할 '아바타' 3편 '불과 재'다.
'아바타: 물의 길'의 후속작으로 나비족의 지도자가 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의 모험을 그렸다. 무리를 이뤄 세계를 떠도는 유목 부족, 문명이 화산 폭발로 파괴된 후 모두에게 적대적으로 변한 재의 부족 등이 새로 등장한다.
이전 아바타 시리즈의 두 작품 모두 관객 수가 1천만명을 넘긴 만큼 이번에도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작품인 '아바타: 물의 길'의 경우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던 2022년 연말에 개봉해 1천만명을 넘겼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 |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470만명을 동원한 '주토피아'의 후속작으로 주디 홉스와 닉 와일드 콤비가 다시 등장한다. 올해 '인사이드 아웃 2'가 전작의 인기에 이어 879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것처럼,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관측이다.
톰 크루즈의 액션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도 기대작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최종편으로 점쳐지는 만큼 톰 크루즈가 선보일 마지막 액션이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뮤지컬 영화 '위키드'의 후속작 '위키드 2',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오', 디즈니 실사영화인 뮤지컬 '백설공주'도 내년 기대작들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예고편 |
넷플릭스도 다양한 영화를 선보인다. 넷플릭스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내년에 공개할 콘텐츠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영화 시장에 진출할 뜻을 내비쳤다.
배우 김다미와 박해수가 호흡을 맞춘 재난 영화 '대홍수'(김병우)를 비롯해 설경구와 변성현 감독이 다시 의기투합한 '굿뉴스'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 '계시록'(연상호), '고백의 역사'(남궁선), '84제곱미터'(김태준), '사마귀'(이태성), '이 별에 필요한'(한지원) 등 7편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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