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서 6일간 '리사이틀'…트로트 중심 선곡·90년대 댄스 메들리도
'뭐요' 논란에 전날 고개 숙여 사과…"심려 끼쳐 죄송, 나는 노래하는 사람"
가수 임영웅 |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데뷔곡을 불러보니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듭니다."
가수 임영웅은 2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임영웅 리사이틀'에서 데뷔곡 '소나기'를 무반주로 즉석에서 부른 뒤 장내를 가득 채운 팬들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6년 '미워요'와 '소나기'로 데뷔한 뒤 한동안 무명 시기를 보내다 '미스터 트롯'에서 화려하게 우승을 따내며 정상의 자리에 선 그다.
데뷔 초 온갖 작은 무대를 마다치 않고 이름을 알리던 그가 서울 시내 최대 규모 실내 공연장인 이곳에 섰으니 만감이 교차할 법도 했다.
임영웅은 "나는 데뷔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 음원(데뷔곡)을 녹음할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미워요'라는 곡이 내게는 너무너무 힘들었다. 지금도 내가 엄청난 고음 보컬은 아니지만 그때는 더더욱 좋은 보컬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되돌아봤다.
그는 이어 "내 데뷔 무대 영상을 여러분들은 다 보았느냐"며 "시꺼먼 애가 이렇게 올라와서, 흰 색깔 옷을 입고, 머리도 이렇게 자기가 넘겨서, 눈썹을 시커멓게 그린 영상이 있다"고도 말했다.
임영웅은 전날부터 약 2만명 안팎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스카이돔에서 무려 6일에 걸쳐 콘서트를 열고 있다. 전 좌석은 당연히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이날 데뷔곡 '미워요'와 '소나기'도 오랜만에 들려준 임영웅은 '초심'을 언급한 자기 말처럼 30여곡의 세트리스트 가운데 상당 부분을 트로트 장르에 할애하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임영웅은 이날 반짝이 장식이 덮인 검은 정장 차림으로 리프트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왔다. 그는 자신을 상징하는 하늘색 물결이 일렁이는 광경에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관객들은 '임영웅 사랑해', '임영웅 공연 전출 52회', '우린 언제나 너 편이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환호와 박수로 이날의 주인공을 맞이했다.
임영웅은 배호 원곡의 '영시의 이별'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 뒤 '동백 아가씨'(이미자), '가슴 아프게'(남진), '사내'(나훈아) 등 선배 가수들의 트로트 히트곡을 잇달아 선보였다. 또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걷고 싶다', 김수희의 '애모' 등 중·장년이라면 익숙할 명곡을 대거 선곡했다. 세트리스트 가운데 상당수는 그가 '사랑의 콜센타'나 '뽕숭아학당'에서 부른 트로트 곡으로도 채워졌다.
임영웅은 "이번 '임영웅 리사이틀'은 기존 '아임 히어로'(IM HERO) 투어와는 조금 다른 결의 공연으로, 일종의 특별판"이라며 "옛날에는 이렇게 큰 규모의 공연을 리사이틀이라고 많이 불렀다더라. 그래서 이번에 여러분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랫동안 추억하게 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서 공연 이름을 이렇게 정해봤다"고 소개했다.
'임영웅 리사이틀' |
또 "우리 '영웅시대'(팬덤명) 여러분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제가 엄선해서 뽑아봤다"며 "내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 음악을 들었던 시점, 그리고 또 불렀던 시점이 기억나면서 음악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덧붙였다.
임영웅은 자기 말처럼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구슬땀을 흘려가며 한 곡 한 곡 정성이 배어든 음악의 힘을 보여줬다. 그는 무대 좌우를 번갈아 가며 따뜻한 시선을 그윽이 보내기도 하고, 특유의 깔끔한 창법으로 고음도 정갈하게 '쑥' 뽑아냈다.
'사내' 무대에서는 '물론 너도 믿었다'는 소절을 부르고 객석을 향해 '씩' 웃음을 지었고, '미소 빔'을 맞은 관객들은 '꺄!'하고 즐거운 비명도 질렀다. 원곡자 나훈아의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임영웅만의 부드러운 여유가 느껴졌다.
임영웅은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고서 관객을 향해 엎드려 큰절도 했다.
공연이 후반부에 접어들고 그가 "지금부터 '뽕 열차' 출발합니다!"라고 외치더니 '사랑님', '천년지기', '쓰러집니다', '십분내로' 등 신나는 트로트 무대가 이어졌다.
임영웅이 '쓰러집니다'를 부르며 팔을 휙 하고 내저으니 객석의 팬들은 마치 장풍을 맞은 듯 '우수수' 뒤로 넘어가기도 했다.
임영웅은 이후에는 DJ로 변신해 솔리드의 '천생연분',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 컨츄리꼬꼬의 '김미! 김미!(Gimme! Gimme!),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등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1990년대 인기 댄스곡도 춤과 함께 메들리로 들려줬다. 1960∼80년대 트로트와 1990년대 'X세대' 댄스곡이 한데 버무려지면서 세대를 아우른 '춤판 한마당'이 만들어졌다.
가수 임영웅 |
어느덧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임영웅은 "춤을 뵈는 것 없이 춰 버렸다"고 말하며 너스레도 떨었다.
자신의 콘서트에 아낌 없이 투자하는 그인 만큼, 이날 공연에서는 볼거리도 풍성했다. 임영웅은 이동차를 타고 넓은 고척스카이돔 실내를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성동일·이일화와 '응답하라 1988' 콘셉트로 촬영한 미니 드라마에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실력도 뽐냈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거대한 기관차 모양 무대가 전광판을 가르고 등장해 시선을 휘어잡았고, 하늘에서 '펑' 하고 터져 나온 하늘색 종이에는 '영원히 너와 함께할게 - 임영웅'이라고 적혀 있어 세심한 팬 사랑을 드러냈다.
임영웅은 '두 오어 다이'(Do or Die), '홈'(Home), '히어로'(Hero) 등을 앙코르로 선보이고서 이날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이날 공연이 열린 고척스카이돔 인근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임영웅을 보기 위해 이른 오후부터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팬들은 하늘색 털모자와 후드티를 갖춰 입고 들뜬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렸다.
충북 청주에서 올라온 김경희(57)씨는 "오전 10시에 일찌감치 올라왔다"며 "임영웅은 말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얼굴도 잘생겼다. 아들이 티켓을 끊어준 덕분에 오늘 공연도 보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임영웅은 오는 29일과 다음 달 2∼4일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1년 사이에 '영웅시대'가 1만명이나 늘어나 21만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매 순간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하하."
한편 임영웅은 공연 첫날인 전날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려견 생일 축하 게시글을 올리고, 이를 다이렉트메시지(DM)로 지적한 이용자에게 "뭐요"라고 대답했다는 의혹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임영웅은 "너무나도 많은 심려,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저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노래로 이야기하고, 노래로 즐거움과 위로를 드리는, 기쁨을 드리는 그런 사람"이라며 "앞으로 여러분께 계속해서 더 좋은 모습,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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